현대자동차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의 동일인(총수) 변경을 요청했다. 동일인 변경이 이뤄지면 21년 만에 현대차 총수가 바뀌게 된다. 지난해 10월 정 회장의 회장 취임과 올해 정 명예회장의 현대모비스 등기이사직 사임 등에 이어 동일인 변경으로 명실상부한 ‘정의선 시대’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최근 공정위에 정 회장으로의 동일인 변경을 골자로 한 대기업 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매년 5월 주요 그룹을 대상으로 공시 대상 기업 집단(자산 총액 5조 원 이상),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10조 원 이상)을 지정한다. 이때 공정위는 총수(동일인)가 있는 집단과 없는 집단을 구분하고 있는 경우 누구인지를 명시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 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뜻한다.
지난해 공시에서 자산 총액 기준 2위(234조 7,000억 원) 기업 집단 현대차의 동일인은 정 명예회장이었다. 올해 공시에서 현대차가 요청한 대로 정 회장으로 동일인이 변경될지 관심을 모은다. 공정위는 현대차의 의견과 정 회장의 그룹 지분율 및 실질 지배력을 고려해 동일인을 결정한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정 회장이 지난해 회장에 취임한 뒤 그룹 실질 지배력을 더욱 강화한 만큼 동일인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정 회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현대차는 21년 만에 총수가 바뀌게 된다. 현대차는 지난 2000년 9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되면서 2001년 처음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이때 정 명예회장이 처음 총수로 지정됐고 지난해까지 변경이 없었다.
지배 구조 개편 또한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되면 정 회장을 비롯한 대주주 일가가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29.9%) 가운데 10%를 매각해야 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대주주 일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에서 20% 이상인 모든 계열사로 확대된다.
현대차그룹 안팎에서는 이 과정에서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지배 구조 개편도 단행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회장이 지배 구조 개편과 연관이 있는 공정위로부터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순환 출자 구조 해소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효성도 최근 공정위에 대기업 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하면서 총수를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명예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총수 역할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효성은 지난해 공정위 공시에서 자산 총액 기준 26위(13조 5,000억 원)의 상호 출자 제한 기업 집단으로 지정됐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