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이동통신 3사가 ‘원스토어’ 지분 투자를 통해 토종 앱마켓 지키기에 나섰다. 국내 앱마켓 시장을 과점한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대응하기 위한 대항마를 육성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다. 원스토어는 이번 투자로 실탄을 확보한 만큼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SK텔레콤(017670)과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KT·LG유플러스가 원스토어에 총 260억 원을 투자해 3.8%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KT는 210억 원을 투자해 3.1%를, LG유플러스는 50억원을 투자해 0.7%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원스토어의 지분구조는 통신3사(53.9%), 네이버(26.3%), 재무적투자자(18.6%) 등으로 재편됐다. 기존 지분구조는 SK텔레콤(52.1%), 네이버(27.4%), 재무적투자자(19.4%) 등이었다. 이번 이통사들의 지분 투자를 통해 통신3사, 네이버 등 국내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는 제대로 된 ‘K-앱마켓’이 탄생한 것이다.
이통업계는 원스토어 투자 배경에 대해 “토종 앱마켓의 경쟁력을 키워 국내 ICT 생태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구글이 국내 앱마켓을 과점하면서 수수료 인상 등 정책 변경 때마다 ICT 생태계가 흔들리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지난 5년간 공동 사업자로 함께 해온 두 통신사가 주주로 참여하면서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협력이 기대된다”며 “업계와 상생하고 이용자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하는 대한민국 대표 앱마켓으로 거듭나도록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플랫폼 서비스 시장의 대부분은 해외 기업에 잠식된 상태다. 시장조사기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구글의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71.2%에 달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역시 마찬가지. 유튜브가 62.3%로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고, 넷플릭스의 점유율도 16.3%에 달한다. 스마트폰 OS(구글 안드로이드 75%, 애플 25%)도 해외 기업이 안방 시장을 점령한지 오래다. 이통사 관계자는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투자를 계기로 단순 협력을 넘어 책임경영 체제를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투자를 통해 더 다양한 마케팅과 협력이 가능해져 고객 혜택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스토어 유료 결제 고객들을 대상으로 제공하고 있는 ‘통신사 멤버십 10% 할인’ 혜택 등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는 ‘대체 불가’라고 불릴 만큼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ICT업계는 이통사들의 토종 앱 마켓 지원이 국내 ICT 생태계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토종 앱 마켓 경쟁력 강화로 고객 유입이 확대되면 외국으로 빠져 나가는 수수료가 국내에 그대로 남게 되고, 국내 콘텐츠 제공 업체는 그만큼 개발 여력이 더 생겨 양질의 콘텐츠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고객 역시 글로벌 앱마켓 대비 낮은 가격에 양질의 디지털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지며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원스토어는 구글 인앱결제 논란이 일어나기 이전인 지난 2018년부터 결제 수수료를 30%에서 20%로 인하했으며, 지난 해에는 중소 사업자를 대상으로 수수료를 50% 할인(20%→10%)하는 등 콘텐츠 제공 사업자와 상생하기 위한 정책을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이러한 조치는 구글이 인앱결제를 의무화하고 결제수수료를 30%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더욱 조명을 받았다. 현재 원스토어의 국내 앱마켓 시장 점유율은 18.3%(2020년 8월 모바일 인덱스 기준)로 2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탈 구글 분위기가 확산되는 가운데 이통사들의 지원 사격까지 더해지면서 토종 앱마켓 시장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원스토어에 대한 기업 가치도 높아지면서 올해로 예정된 기업공개(IPO)의 성공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SK텔레콤은 최근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으로 자회사 중 첫번째로 원스토어 IPO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해 9월에는 KB증권, SK증권, NH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했다.
/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