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대’ 패권 다툼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4일 통일전선 조직인 정협으로 막이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있다는 자신감 속에서 열린 이번 양회에서는 미국과의 기술 패권 전쟁에서 어떻게 주도권을 잡을지에 대한 중국의 고민과 전략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5일에는 입법 기구인 전인대가 개최되는데 올 한해 중국의 살림살이 계획인 ‘정부 업무 보고’가 초미의 관심사다.
올해는 중국에서 5년 단위의 경제개발 계획인 ‘14·5계획(2021~2025년)’과 2035년 장기 발전 계획의 첫해라 더욱 관심을 끈다. 중국 정부는 첨단 기술 개발과 내수 시장 확대로 미국 등 세계에 덜 의존하는 중국 경제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내비쳐왔다. 내년으로 10년 임기를 마치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 여부도 올해와 내년의 경제 및 대외 관계 성적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외신들은 이번 양회의 관심 사항으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와 정책, 시진핑 장기 집권의 토대 닦기, 홍콩 선거법 개정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경제 면에서는 올해 8% 내외의 경제성장을 통해 기존 성장세를 회복해야 하는 가운데 천문학적으로 팽창한 과잉 부채를 정리하기 위한 긴축 여부가 주요 쟁점이다. 홍콩 선거법은 홍콩에 대한 중국의 직접 통치를 확실히 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 급감하는 출산율과 가속화하는 고령화, 코로나19 방역·백신 대책, 국제사회의 신장위구르·티베트 등 인권 비난에 대한 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이번 양회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경제 계획을 만드는 데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양회가 열린 베이징 전역은 미세먼지로 뒤덮였다. 주초부터 짙어지기 시작한 미세먼지가 이날 절정을 기록했다. 우리 교민들이 많이 사는 차오양구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167㎍/㎥ 으로 중국 정부가 정한 공기 질 6단계 가운데 5단계였다.
예년 양회 때는 중국 정부가 ‘양회 블루’를 위해 대기오염 배출 시설을 잠정 폐쇄하며 공기 질을 관리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베이징의 회색 하늘은 코로나19 충격 이후 경기회복에 허덕이는 중국 정부에 얼마나 여유가 없는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