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이온이나 게르마늄 팔찌 같은 제품이 흔히 팔리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어 주의가 요구된다. 오히려 방사선이 나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우려된다.
6일 과학계에 따르면 음이온 효과를 내세우는 제품 중 음이온을 실제 방출하는 경우는 드물다. 음이온을 방출하지 않으면서 음이온 효과가 있다고 거짓 광고를 하는 것이다. 만약 실제로 음이온을 방출한다면 토륨·모나자이트 등 천연 방사성 물질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제품에서 방사선이 방출된다. 오히려 건강에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음이온은 2000년대부터 스트레스 완화, 알레르기 체질 개선 등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나며 여러 제품에 활용됐다. 음이온은 원자나 분자에 양성자 수보다 전자가 많은 상태를 일컫는다. 즉 원자나 분자가 전체적으로 음(―)의 성질을 띠는 상태다. 음이온 공기 청정기, 음이온 드라이기, 심지어는 게르마늄 팔찌 등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나 의학적·과학적으로 이 효과는 입증된 적이 없다. 미국 과학컨설팅 기업 익스포넨트는 2013년 국제 학술지 'BMC 정신의학'을 통해 음이온이 수면이나 휴식, 스트레스 완화 등에 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음이온이 나온다고 알려진 게르마늄 팔찌도 건강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 게르마늄은 탄소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음이온도 나오지 않는다.
진영우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박사는 "과학적으로 음이온이 좋다는 사실은 밝혀진 적이 없다"며 "음이온 상태를 모방하기 위해 방사성 물질을 쓰는 경우는 더욱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음이온 제품을 사용할 경우 폐기하라고 권고한다"며 "음이온 제품에는 방사선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 버리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라돈 침대’ 사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침대, 베개, 팔찌, 반지, 마스크 등 방사성 원료 물질을 활용한 음이온 제품 제작을 금지했다. 지난해에는 방사선이 검출된 음이온 마스크의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원안위는 마스크와 여성용 속옷, 남성용 속옷, 반소매 의류 등 신체에 밀착해 사용하는 음이온 제품의 판매를 중단시켰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음이온이 나온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막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 원안위가 음이온 효과 광고 제품 1,000여 개를 분석해 방사선을 측정한 결과 원료물질을 사용한 제품은 90여 개였다. 900여 개 제품이 아무 효과 없이도 음이온 효과를 광고한 것이다. 이런 제품들은 오픈마켓과 중고거래 시장 등에 버젓이 팔리고 있다.
그럼에도 이런 제품의 유통을 막을 법적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다. 원안위는 천연 방사성 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제재할 수 있었지만, 음이온을 방출하지 않으면서도 음이온 효과가 난다고 광고하는 제품은 막을 수 없었다. 허위 광고 소관 기관이 한국소비자원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원안위는 한국소비자원과 협력해 올해 말까지 음이온 효과 부당 광고 제품을 합동 점검하기로 했다. 양측은 국민이 자주 사용하는 생활용품 위주로 음이온 효과를 허위광고하는 제품을 점검하고, 오픈마켓 운영 업체를 대상으로 생활방사선 안전기준 위반과 부당광고 제품에 관한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유주희 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