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올해 대학 정원 미달 사태까지 겹치면서 대학들이 무분별한 유학생 유치 전쟁에 빠질 위기에 놓였다. 정원 미달을 만회하기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유학생을 마구잡이로 모집하는 영세대학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서울경제가 교육부의 5년치(2016~2020년) 대학 종합감사와 회계부분감사 보고서 159건을 분석한 결과 5개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을 부적정하게 모집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외대(8억2,330만원), 세종대(3억3,254만원), 여주대(4,470만원), 경일대(4,340만원), 남서울대(1,120만원)는 감사에서 수천만~수억원을 알선 업체에 지급하고 유학생이나 어학연수생을 유치한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부 지침인 ‘외국인 유학생 및 어학연수생 표준업무 처리요령’은 유학원으로부터 금전·수수료 등을 받고 유학생을 입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업무이고 위탁 선발시 대학끼리 과도하게 제살깎이 경쟁이 벌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대학가에서는 올해부터 이러한 규정 위반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학들이 유학생을 유치할 때 해외에 직접 나가거나 국내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해왔지만 입국 외국인이 급감하고 해외 출장마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0학년도 2학기 국내 입국 외국인 유학생(어학당 수강생 포함)은 3만259명으로 직전 학기 대비 65%, 전년 동기 대비 84% 급감했다.
지난해까지는 기존에 입국한 어학당 학생들이 있어 대학들이 간신히 버텼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상당수 유학생이 어학당에서 1~2년간 한국어를 공부한 뒤 국내 대학으로 진학하는데 작년 코로나19로 어학당 수강자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학위과정 외국인 유학생 수는 11만3,003명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한 반면 비학위과정(어학연수·기타연수) 유학생 수는 32.1% 급감해 4만692명에 그쳤다. 서울 사립대의 한 유학생 입학 담당자는 “어학연수생 숫자가 크게 줄어 올해 2학기나 내년 1학기부터는 유학생 모집 때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지방자체단체가 비대면 홍보를 도우며 지역 대학 살리기에 나섰지만 영세대학들은 인지도 경쟁에서 밀려 알선업체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학들이 내국인과 달리 유학생은 모집 정원 제한이 없다는 점을 악용해 마구잡이식 유학생 유치전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2021학년도 입시에서 정원을 채우지 못해 발생한 추가모집 인원 가운데 90%가 지방에 쏠릴 만큼 지방 영세대학은 고사 직전에 놓였다. 박주호 한양대 교육학과 교수는 “정원 미달, 외국인 유학생 급감으로 이중 압박에 직면한 대학들은 재정난을 이기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변칙 수단을 쓰게 된다”며 “아무 유학생이든 마구잡이로 모집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한국 고등교육 질까지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