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탱고의 거장이자 반도네온 명인인 아스트로 피아졸라(1921~1992)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올해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피아졸라는 이전까지 춤추기 위한 연주곡으로만 익숙했던 탱고를 공연장에서 감상하는 음악으로 재탄생시킨 인물로, 전통 탱고에 클래식과 재즈 음악을 접목한 자신의 음악을 “누에보(nuevo·새로운) 탱고’라 지칭했다. 탱고 음악의 혁신적인 세계화를 이끌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그의 다양한 작품을 만끽할 기회다.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는 피아졸라의 생일인 오는 11일 롯데콘서트홀에서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올 댓 피아졸라’ 공연을 선보인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무대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계’ 연주다. 비발디의 ‘사계’가 각각 3악장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순서로 구성된 것과 달리, 탱고를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사계절 풍경에 접목한 피아졸라의 ‘사계’는 처음부터 각각 따로 작곡한 곡을 나중에 편곡해 완성했다. 비발디의 사계가 청명하고 맑은 느낌을 지닌 것에 비해 피아졸라의 사계는 우울한 듯 깊은 애수가 가득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원곡은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의 5중주 편성이지만, 피아노 솔로부터 피아노 트리오 버전, 현악 4중주 버전, 현악 합주 버전, 피아노 협연이나 바이올린 협연 버전 등 여러 형태로 편곡 연주되는 명곡이다. 보통은 작곡된 순서에 따라 여름-가을-겨울-봄의 순서로 연주하는데, 피아졸라 자신은 가을-겨울-봄-여름 순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중간중간 인용된 비발디 ‘사계’의 멜로디를 찾아내는 것도 이 곡을 듣는 재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세계 무대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이 함께한다. 코리안챔버와 윤소영이 펼치는 피아졸라의 ‘사계’는 앞서 독일 베를린과 미국 뉴욕에서 펼친 무대가 ‘명연’으로 회자되며 클래식 애호가 사이에서 국내에서의 연주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KBS교향악단도 12일 롯데콘서트홀에서 2021년 화이트데이 콘체르토 ‘더 탱고(The Tango), 백 년의 사랑’으로 피아졸라의 명곡을 조명한다. 안두현의 지휘로 천사의 죽음, 망각, 리베르 탱고, 아디오스 노니노, 탕가소 :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한 변주곡 등을 선보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 인기 절정의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함께 한다. 고상지는 “가장 존경하는 피아졸라의 음악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며 “공연장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선율로 새로운 봄의 시작을 알리고 싶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이 밖에 다음달 25일에는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송이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메조소프라노 김선정과 함께 '피아졸라 탄생 100주년과 화려한 스페인 풍의 음악' 공연을 선보인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