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여군의 역할은 여러 분야로 점점 확대되고 있는데 공병분야도 예외는 아닙니다. 공병에서 여군이 중장비를 운용한다고 하면 ‘특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여자라고 중장비를 못 다룰 건 없죠.”
남자도 다루기 힘든 중장비를 자유자재로 척척 운용하는 여군이 화제다. 해군 2함대사령부 공병대대 소속 김경은(37) 중사가 바로 주인공이다. 김 중사는 25톤급 트레일러를 비롯해 15톤급 덤프트럭, 5톤급 지게차, 기중기, 굴삭기 등 대부분의 중장비를 직접 운용한다.
그는 “중장비의 역할은 사람의 힘으로 들 수 없는 무게를 들어 올리고 각종 공사를 하는 것”이라며 “해군의 핵심전력인 함정들이 완벽한 전투태세를 확립하는데 중장비의 기여도는 상당하고 할 수 있다”며 임무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지난 2006년 임관해 10년 넘게 중장비 운용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김 중사는 자동차 정비업을 하는 부친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기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하얀 해군 제복이 멋있어 보였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여군을 희망했고, 입대 후 관심분야인 수송 직별을 선택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 가치 있는 있을 하는 군인이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심이 어릴 때부터 있었다”며 “군대에 입대 직후인 초임하사 때부터 중장비를 본격적으로 배웠고,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생각으로 장비 운용을 배우고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군대에서 중장비를 다룬다고 하면 의아하고 신기하다는 식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또 나의 업무를 알고 나면 멋있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 많아 뿌듯하다”고 일의 보람을 전했다.
현재 김 중사가 보유한 자격증은 굴삭기 운전기능사와 자동차 정비산업기사·건설기계 정비산업기사 등 3종류이며, 임무수행에 도움 되는 자격증을 계속 취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9살과 4살 된 두 딸의 엄마이기도 한 김 중사는 ‘군인’과 ‘엄마’라는 두 가지 역할을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쉽지는 않다. 하지만 그에게 ‘군인’ 그리고 ‘엄마’는 삶의 원동력이다.
김 중사는 “여느 직장여성들과 마찬가지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게 힘들지만 매일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랑하는 두 딸’과 ‘대한민국 해군’이라는 자긍심은 내가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가정과 일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김 중사에게 있어 군대란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고, 또 삶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 곳이라고 한다. 이에 그는 항상 후배 여군들을 응원하고 또 두 딸이 여군이 된다면 이를 적극 지지해줄 생각이다.
“딸들이 커서 군대에 간다고 하면 선배 여군으로서 성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군생활을 시작한 여군들은 군인으로서 국가와 국민에 헌신한다는 소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군은 스스로 선택한 길이고 이곳에서 성실·인내·근면을 바탕으로 맡은 임무를 수행하면 능력도 인정받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여군 후배들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