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지·택배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구조가 일반화된 업계를 중심으로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특고’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거나 단체를 꾸려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고용보험료 분담, 수수료 조정, 인력 비용 등을 놓고 이견이 발생하자 행동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근로자인지, 사용자인지 근로자성이 확립되지 않아 현장의 혼선을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8일 복수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학습지 노조에 따르면 대교 눈높이에서 최근 몇 달 새 센터장 200~300명이 노조에 가입했다. 전국 눈높이 센터장의 총원은 약 750명으로 26~40%에 해당한다. 눈높이는 본사와 학습지 교사가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을 맺는 특고 형태로 운영된다.
센터장은 본사와 위·수탁 계약을 맞는 특고 종사자이면서도 지역별로 교사들을 관리한다. 결국 학습지 교사 노조에 중간 관리자 특고가 가입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들의 잇따른 노조 가입은 대교가 센터장의 보수 체계 개편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대교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신운영 체계’는 고정 수수료를 줄이고 영업에 따른 성과 수수료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총 매출 2,500만 원 정도의 센터장이면 기존에는 225만 원이 고정 수수료로 들어오는데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125만 원으로 떨어진다.
눈높이 센터장·교사들은 오는 7월부터 특고 12개 업종에 대한 고용보험 의무화로 대교가 비용 절감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파다하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보수에 비례해 고용보험료를 납부하니 회사에서는 급여를 적게 주면 유리하다”며 “사실상 구조 조정”이라고 주장했다.
마찬가지 성격의 택배 대리점주도 집단 행동을 확대하고 있다. 택배사는 지역을 나눠 구 단위의 택배는 대리점주에 위탁하고 대리점주는 동 단위의 더 작은 지역을 택배 기사에 위탁한다. CJ대한통운·한진택배·롯데글로벌로지스·로젠 등 택배 4사 대리점주 연합회가 지난달 4일 국회 앞에서 ‘분류인력 투입 및 비용 분담을 다룬 택배 사회적 대화에 이해 당사자인 대리점이 소외됐다’며 집화 거부 기자회견을 개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올해 대리점주들의 집단행동은 고용보험 의무화로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료를 대리점과 택배 기사에 절반씩 분담시킬 계획이다. 택배 기사의 위·수탁 계약 당사자는 대리점주라는 점에서 점주들은 택배사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본다. CJ대리점연합의 한 관계자는 “비용을 부담하는 대리점은 고용보험 입법 과정에 참여하지도 못했다”며 “고용보험료 일정액을 수수료 인상 방식으로 보전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중간 관리자 특고’의 노동법적 지위가 애매해 권리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조법상 사용자는 사업주, 경영 담당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해 사업주를 위해 행동하는 자로 구성돼 있다. 택배 대리점주는 택배 기사와의 관계에서 사용자지만 택배사와의 관계에서는 근로자의 지위에 있다. 또 학습지 센터장도 교사를 관리하니 사용자로 볼 수 있지만 위·수탁 계약의 대상으로 보면 대교의 근로자로 봐야 한다.
노조법상 근로자라면 회사와 교섭하고 파업도 할 수 있지만 사용자라면 노동3권을 주장할 수 없다. 눈높이 센터장들이 근로자라면 ‘신보수 체계’를 임금에 관한 것으로 보고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도 할 수 있지만 사용자라면 단체교섭·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다. 법원 판례도 제각각이다. 지난해 9월 부산지법 서부지원은 CJ대한통운이 택배 기사들의 사용자라고 봤지만 같은 해 10월 대구지법 경주지원은 대리점주가 택배 기사의 사용자라고 봤다.
이정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학습지 센터장은 관리하는 교사의 수, 지역의 넓이 등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며 “법원이 노조법상 근로자에 대해 법 해석을 넓혀 보호를 확대하고 있는데 노조법이 수정되지 않는 한계가 있다 보니 실무 분쟁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