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011780)화학이 박찬구 회장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박 회장의 조카 박철완 상무의 주주 제안을 오는 26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박 상무의 주주 제안과 경쟁할 회사 측 안건도 함께 올려 표 대결로 주주들의 선택을 받기로 했다. 숙질 간 주총 표 대결이 성사된 것이다. 법적 하자 문제가 불거진 박 상무 측의 배당 제안에 대해서는 법원 판단을 받아 보고 추후 상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이날 이사회를 열어 오는 26일 정기 주총에 올릴 안건을 확정했다. 금호석화는 10명 이사진 중 5명(사외 4명, 사내 1명)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금융과 법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다방면의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낸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 변호사, 최초의 여성 한국행정학회장을 지낸 환경 정책 전문가인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을 지낸 최도성 가천대 석좌교수, 지배구조 전문가인 황이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최 교수와 황 교수는 감사위원 후보이기도 하다. 사내이사로는 백종훈 금호석화 영업본부장(전무)을 추천했다. 앞서 박 상무는 외국계 로펌인 ‘덴튼스 리’ 소속의 민준기 외국 변호사와 조용범 페이스북 동남아 총괄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이병남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코리아오피스 대표를 사외이사로 추천한 바 있다.
쟁점인 배당금에 대해서는 회사 측은 보통주 4,200원(최대주주 등은 4,000원), 우선주 4,250원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전년 대비 총 배당금(1,158억원)이 약 180% 늘어난 규모다. 박 상무는 보통주 1만 1,000원, 우선주 1만 1,050원을 제안한 바 있다. 당초 우선주 1만 1,100원을 제안했지만 회사 측은 우선주 배당이 보통주보다 액면가(5,000원)의 1%인 50원까지만 높게 책정될 수 있다는 정관을 제시하며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선주 1만 1,050원을 박 상무 측이 수정 제안한 것이다. 박 상무는 수정 제안을 주총에 상정해야 한다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금호석화는 오는 2025년까지 매출 9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 간 기존 핵심 사업과 신성장 사업에 3~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신성장 사업으로는 2차 전지 소재 등을 제시했다.
금호석화가 이날 이사회에서 이사 추천 후보와 배당 규모를 결정함에 따라 이달 말 주총에서는 박 상무 측이 내세운 후보와 표 대결이 벌어지게 됐다. 박 상무는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고 박찬구 회장은 6.7%, 박 회장의 아들인 박준경 전무는 7.2%를 보유하고 있다. 박 상무를 제외한 박 회장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약 15%다. 박 상무도 우호 지분을 4~5%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분 8%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기관투자가들이 누구 편에 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