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개학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막 터져 개학을 세 차례나 연기했던 지난해 봄보다는 낫지만 아직도 매일 등교하는 학생은 초등학교 1∼2학년과 고3 학생들뿐이다.
방역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하더라도 수업 축소와 원격 수업 대체로 학력이 떨어진 건 큰 문제다. 한국교육개발원(KEDI)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20년 초6과 중3의 학생역량지수가 2016년 조사 이래 가장 낮았다. KEDI는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수업일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도 지난해 바이러스 확산과 수업 축소 여파로 과목낙제를 받은 학생의 숫자가 세 배로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생 간의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우려할 일이다. 원격 수업 확대는 컴퓨터가 없거나 형제들이 나눠 써야 하는 학생들에게 학습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맞벌이 등으로 가정에서 학습 지도가 어려운 가구의 경제적 부담도 늘린다.
이러한 문제를 체험한 세계 각국에서는 코로나19 억제와 함께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는 조치를 확대했다. 지난해 한때 학교 전면 폐쇄 국가가 190개국에 달했으나 지금은 30개국 미만으로 줄며 부분 등교 또는 전면 등교로 전환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9일 현재 전면 등교하는 나라는 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이며 한국은 세계에서 확진자 숫자가 가장 많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부분 등교한다.
감염병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교육을 정상화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 그 첫째가 교사에 대한 백신 접종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를 총리보다 초등학교와 보육 시설 교사에게 둬야 한다고 했다. 안전한 학교를 강조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모든 교직원이 오는 3월 말까지 최소 1회분의 백신을 맞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 정부에 요청했다.
교육을 지상 과제로 여기는 한국에서 교직원 70만 명에게조차 백신을 빨리 맞히지 못한다면 말이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백신 접종에 대해 청와대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준비에 맞춰 맞는다고 발표했는데, 메르켈 총리처럼 “나 같은 사람보다 먼저 교사들에게 백신 접종 차례가 돌아가야 한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메르켈에게는 올해 마지막으로 참석하는 G7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이 중요하다.
둘째, 코로나19 대책 관련 예산 중 교육 부분을 확대해야 한다. 유네스코는 각국의 방역 및 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 중 교육에 대한 지원 비중이 매우 적다고 지적하고 교육이 국가의 잠재 성장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해 대폭 늘리라고 권고했다.
한국 정부가 현재 국회에 제출한 추경 19조 5,000억 원 중 교육 예산은 1,650억 원으로 1%가 채 안 된다. 대부분 학교 방역 보조 등 임시 인력 지원이며 실직 가장을 둔 대학생에게 주는 돈도 포함한다. 원격 수업 등 학교 환경을 개선하고 교육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근본적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셋째, 학교도 자체적으로 방역과 교육 정상화를 병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미국의 하버드대·매사추세츠공대(MIT) 같은 대학들은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주기적인 코로나19 검사를 자체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지역사회보다 낮은 감염률을 유지하고 출석 수업을 확대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새 학기에도 대부분 비대면 수업 위주로 강의를 시작한 한국 대학들과 대조된다. 서울대에서 올해 이공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선제적·주기적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니 성공 사례로 확산하기를 기대해본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