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농민에게도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는 더불어민주당의 건의를 전격 수용했다. 이에 따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는 노점상이나 대학생뿐 아니라 농민까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앞둔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에 문 대통령까지 동조하면서 선별적 재난지원금의 취지와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농민을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추가해달라는 민주당의 건의에 “여야 간 이견이 없다면 반영하도록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가 발표한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는 농민이 제외됐으나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여야는 모두 표심을 의식해 농민을 지급 대상으로 포함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농업경영인 간담회를 열고 “농업계의 주장을 정리해서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도 지난 2일 “지금 당장 시급하게 제기되고 있는 농업 부문에 대한 직접 지원이 빠져 있다”며 농민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농민이 포함될 경우 수백억 원 이상의 추가 예산 증액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정은 이와 관련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을 입은 화훼 농가, 급식 농가를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전체 지원 대상은 약 2만~3만 명이며 지원금 규모에 따라 200억~6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정 농가가 아니라 영세 농민들에게 사실상 보편적 지급이 이뤄질 경우 예산 규모는 수천억 단위로 커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는 농가를 대상으로 한 직접적인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2일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서 한시 생계 지원 프로그램과 화훼 농가 소비 창출 예산 등을 언급하며 추가 지원은 적합하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세원 관리가 되지 않는 노점상에서부터 농민까지 재난지원금을 주게 되면 피해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선별적 지원의 취지가 퇴색된다고 비판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국회 논의 과정에서 보편에 가까울 정도로 재난지원금 대상이 넓어져 재정 부담만 늘린다는 지적이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