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의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소수 지분 매각 입찰이 흥행에 성공했다. 이차전지 투자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합의 등으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SK그룹이 1조 원 중반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SK이노베이션이 매각 주관사인 시티글로벌마켓증권을 통해 진행한 자회사 SK루브리컨츠 소수 지분 매각 본입찰에는 적격 예비 인수 후보로 선정된 4곳이 모두 응찰한 것으로 파악됐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1월 예비 입찰을 통해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한국투자파트너스, 미국 아폴로PE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인 일본 최대 정유사 이네오스(ENEOS)를 예비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매각 대상은 최대 49%의 소수 지분이다. 각 인수 후보가 희망하는 지분 규모와 가격 등을 바탕으로 최종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겠다는 게 SK이노베이션의 계획이다.
소수 지분 매각임에도 흥행이 성공을 거둔 것은 SK루브리컨츠의 막대한 현금 창출력 때문이다. SK루브리컨츠는 고급 윤활기유 시장에서 세계 1위다. 윤활기유는 자동차 등에 쓰이는 윤활유의 기본 원료다. 지난 2019년 3조 3,725억 원의 매출액을 통해 2,94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몸값의 기준점인 감가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280억 원이다. 49% 기준 지분 가치가 1조 원 중반대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승패를 가른 것은 역시 인수 가격이다. IMM PE를 비롯해 대부분의 후보가 비슷한 수준의 몸값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희망 지분의 규모 등에 따라 실제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본입찰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SK그룹의 자금 확보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SK는 SK루브리컨츠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을 이차전지 등의 시설투자에 쓸 계획이었다. 여기에 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영업 비밀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면서 막대한 합의금을 마련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LG 측은 SK이노베이션에 최대 3조 원가량의 합의금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본입찰 결과를 바탕으로 이달 말께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김상훈 기자 ksh25t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