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최대 잠룡으로 떠오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어떤 세력을 발판삼아 정치권에 입문할 지 이목이 쏠린 가운데 '충청대망론'이 떠오르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연고는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의 출신지인 충남 논산·공주를 기반으로 한다.
고(故) 김종필 전 총리에서 출발한 ‘충청대망론’은 대선 때마다 위력을 발휘하지만, 영·호남에 비해 강고하지 못한 충청 '캐스팅보트 표심'에 막혀 번번이 좌절됐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시작으로 이인제 전 의원과 이완구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고향의 압도적인 지지세를 받지 못한 채 하나같이 뒷심 부족으로 주저앉았다. 여권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겨졌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충격적인 성범죄 사건으로 스스로 무너졌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충청대망론에 다시 불을 지피는 인사는 최다선(5선)이자 충청권의 '맹주'인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다. 정 의원의 지역구(충남 공주)에는 파평윤씨의 집성촌이 있다.
정 의원의 지난 4·15 총선 구호는 "조국이 옳으면 1번, 윤석열이 옳으면 2번을 찍어달라"였다. 만약 윤 전 총장이 영남을 주축으로 한 국민의힘 지지층을 흡수한 가운데 충청권의 압도적 지지를 끌어낸다면 여권 주자들을 가볍게 따돌리며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충청대망론에만 기대 정치를 시작할 경우 소지역주의 변수에 갇혀 대권에서 멀어진다는 반론도 나온다. 국민의힘 등 야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강원도를 연고지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총장 모친의 고향이 강릉이고, 평검사 시절 강릉지청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이봉모 전 의원(강릉·11, 12대)이 윤 전 총장 외할머니의 동생이다.
윤 전 총장은 어린 시절 외가를 방문해 강릉이 지역구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함께 어울렸던 기억을 주변에 자주 회고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법조계 선배인 권 의원과 나이는 동갑이다.
나아가 윤 전 총장은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대구·경북(TK) 지역에도 남다른 인맥을 자랑한다. 그는 1994년 초임검사로 부임한 대구지검을 포함해 대구에서만 총 세 차례 근무했다. 마지막은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을 맡은 뒤 좌천성 인사를 당했던 대구고검이었다.
윤 전 총장은 대구 근무 시절 만난 후배 검사들은 물론 지역 경제계 인사들과도 가깝게 교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 대구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향에 온 것 같은 기분"이라는 발언으로 시선을 모았다. 이는 검찰총장직을 사퇴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