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를 시작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심사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오로지 ‘묻지마 지원’에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업과 여행업 등을 담당하는 상임위원회에서는 여야가 한목소리로 예산 증액부터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여권은 기존 부실사업에 대한 감액 없이 적자국채 발행만 늘리자는 입장을 고수해 혈세 낭비 논란이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18~19일 이틀간 국회 예결위 종합정책질의를 연 뒤, 22~23일 예결위 예산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거쳐 24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추경안을)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19.5조원의 추경안을 확정했지만, 국회에서는 추경예산을 상향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는 추경 예산에 농어민 재난지원금 1조3,042억원을 새로 편성하는 방안을 예결심사 소위에 회부했다. 약 113만 농어민 전체 가구에 100만원씩 지급하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타격이 큰 화훼 농가 등은 200만원을 선별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는 여행업 등의 피해 보상 규모를 증액해달라는 요구하고 있다. 여행업 종사자들에게도 최소 집합금지 업종에 준하는 수준인 500만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은 "(추경안 원안보다) 540억원이 증액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황희 문체부 장관에게 공식 요청했다.
추경 예산을 정부안보다 늘리려는 여당의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21대 총선을 앞두고 추진된 전국민 재난지원금(1차)을 위한 2차 추경의 경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이 4조6,000억원이나 증액됐다. 정치권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여당이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공론화하자 야당마저 맥없이 끌려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증액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재정 확보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권에서는 이미 지난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시행했고, 아직 연초인 만큼 추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권은 일자리 사업 등 예산 삭감이 필요한 사업이 수두룩하다며 맞서고 있으나, 선거를 앞두고 실제 감액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예산현액(올해 예산+이월액)의 실집행률이 10%가 되지 않는 사업은 총 28개였으며. 이중 실집행률이 1%에 미치지 못하는 사업은 15개에 달했다. 정부의 추경안은 그러나 28개 해당 사업에 대해 총 1조4,542억원을 증액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증액이 확정된다면 국채 발행 외에는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전체 농어민 대상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화훼 등 일부 농가에 한해 매우 제한적으로 지원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