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김진욱 공수처장, 오로지 역사와 국민만 바라보라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을 송치하라고 요구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이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이첩 받은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 3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공수처장이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12일 이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의) 기소 여부 판단을 위해 사건을 송치해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할 수 있다’고 돼 있을 뿐 이때 누가 기소권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규정은 없다. 김 처장은 16일 국회에 출석해 “금번 이첩은 단순 이첩이 아닌 유보부 이첩이기 때문에 공소권 제기를 유보하고 이첩하는 것도 처장 재량하에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가 사건을 이첩 받으면 다른 수사기관은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 마찬가지로 공수처도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했으면 기소권 행사 등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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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 여부를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김 처장의 주장은 현 정권 비호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그동안 권력 비리 수사를 뭉갰다는 비난을 받았으며 현재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명되고 있다. 특히 김 처장이 이 사건를 검찰에 재이첩하기 전인 지난 7일 이 지검장을 조사 형식으로 면담했다는 사실이 야권의 지적으로 뒤늦게 드러나 논란을 낳고 있다.

공수처는 위헌 소지가 다분하며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기구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수처는 논란 속에 출범했으므로 더욱더 초기 움직임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의식하고 국민을 두려워하면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눈 덮인 들판을 지날 때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가는 이 길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는 서산대사의 말씀을 새겨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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