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복수 국적자의 국적 포기 요건을 완화하는 국적유보제 도입에 대한 연구 용역에 착수했다. 국적유보제 도입을 비롯해 시대에 뒤처진 국적제도에 대한 대대적인 개선에 나선 것이다.
17일 법무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국민의 해외출생자녀에 대한 국적부여 제도 연구'에 대한 연구 용역을 이르면 내주 발주한다. 올해 8월을 기한으로 둔 연구는 국적유보제 도입이 가능한지 기존 제도 검토부터 해외 사례 연구, 도입 시 쟁점까지 분석하는게 목적이다.
국적 포기 요건을 완화하는 국적유보제는 재외 동포들이 도입을 요구해왔던 제도다. 현행법은 복수국적자가 만 18세가 된 이후 3개월 이내 또는 병역의무를 마치거나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후 2년까지 대한민국 국적 이탈 신고가 가능하다.
문제는 이 이탈 신고 시기를 놓치면, 현역 병역의무 대상자로서 만 36세까지 국적 이탈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만 36세까지 미군 입대나 주요 공직에 진출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대 국회 때 국적유보제 도입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적유보제는 이번 연구 용역을 마치면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관측된다. 법무부는 2018년 국적제도개선 자문 태스크포스를 꾸리고, 국적유보제 도입을 논의했었다. 법무부는 국적유보제 도입을 위한 선행 조사격인 '국적제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연구도 2019년 완료했다. 특히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복수국적자가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국적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다. 내년 9월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
국적제도가 저출산을 비롯해 고령화, 인구 감소, 국적 이탈 등 현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줄곧 제기된다. '국적제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 보고서는 전국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했다. 한국인 정체성 기준에 대해 '한국 출생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51%로 나타났다. '한국국적이 중요하다'는 76%였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한국인은 혈통주의적이다라는 편견에서 빗나간 설문 결과"라며 "국적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한국인으로 인정할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다양한 국적 제도 정비에 착수했다. 범부처 2기 인구정책 TF는 지난해 '인구구조 변화 대응 방향'을 발표하면서 해외 외국인 인재에 한해 복수 국정을 인정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에 대해 "국적유보제뿐 아니라 국적제도 전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