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과 김태년 대표 직무대행 등 민주당 중앙당 선거대책위원회가 17일 부산 해운대 엘시티 앞에서 엘시티 특혜 분양 의혹 리스트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17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특검에 이어 부산 엘시티 특검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4·7 보궐선거를 앞두고 가덕도신공항을 급하게 추진한 가운데 김영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다만 LH 사태에 민주당 내부 인사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야당을 겨냥한 ‘물타기’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역풍에 휘말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날 부산시를 찾은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부산시당에서 중앙선대위 회의를 갖고 “부동산 적폐의 사슬을 끊기 위해 LH 특검과 함께 엘시티 특검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엘시티는 지역 토착 부동산 비리 카르텔의 결정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열린 공직자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현장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김 직무대행은 “토건 부패 세력의 상징물인 엘시티를 소유하고 있는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버젓이 부산시장에 출마한 양심불감증에 많은 부산 시민들이 허탈해 한다”며 “엘시티 특검을 강력히 제안하며 이번 기회에 부동산을 둘러싼 각종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LH가 전국적 분노라면 엘시티는 부산의 수치고 비리”라며 “LH든 엘시티든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오랜 치부인 부동산 적폐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동선대위원장은 “부산의 야당 시장 후보는 부동산뿐만 아니라 불법 사찰과 자녀 입시 연루 의심까지 받고 있다”며 “참으로 부끄럽고 개탄스럽다”고 박 후보를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결국 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 필승 카드로 여겼던 가덕도신공항 효과가 약하다는 판단에 따라 네거티브 공세로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9~11일 한국갤럽이 조사한 가덕도신공항 찬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29%만 공항 추진에 찬성했다. 반대는 47%에 달했다. 부산을 방문할 때마다 가덕도를 찾았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아예 가덕도 일정조차 잡지 않았고 엘시티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더구나 각종 부산시장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박 후보가 김 후보를 상대로 압도적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LH 사태로 가덕도 이슈가 아예 사라지자 여당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양상”이라며 “엘시티 특검 프레임을 걸고 박 후보를 포함해 부산시 야당 유력 인사들의 도덕성 공격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