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이 변호사로 활동하던 2009년 당시 배우자 홍모(68)씨가 경기도 용인의 한 임야를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매입한 것은 사실상 기획부동산에 의한 사기가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해당 임야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맹지로 매입 당시보다 현 시세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하지만 야당은 전형적인 투기라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18일 울산시 등에 따르면 송 시장 배우자 홍씨는 2009년 7월 부동산 중개업체를 통해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임야 일부를 5,929만원에 사들였는데, 전체 토지 지분을 91명이 나눠 갖는 방식으로 매입했다. 이후 해당 임야는 필지가 9개로 분할됐고, 그중 하나를 현재 홍씨를 포함한 10명이 공동 소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송 시장 재산공개 내용을 보면, 홍씨 지분은 전체 임야 3,504㎡ 중 393㎡(약 118평)이다. 송 시장 측은 공시지가를 반영해 해당 토지 가액을 927만원으로 신고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토지는 현재 평당 30~40만원 수준이며, 접근성이 떨어지는 맹지로 거래 자체가 쉽지 않다. 매입 당시 가격이 평당 50~60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실패한 투자다. 이렇다할 개발 소재도 없다.
송 시장 측은 “배우자가 대학교 재직시절 지인(제자)의 간곡한 부탁으로 구입했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부동산에서 일하던 제자가 찾아와 땅을 매입해 줄 것을 요청해 ‘땅도 보지 않고 매입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2009년 당시 울산은 조선업과 자동차, 석유화학 등이 호황을 이루던 시기로 기획부동산이 성행했다. 기획부동산은 제주와 강원, 전남, 경기 등 울산과 먼 땅을 주로 소개하며 쪼개기 매입을 부추겼다. 지리적으로 멀어 개발정보 확인이 쉽지 않은 점을 노렸다. 당시 지인들을 통한 공동 투자가 성행했고, 그 휴유증이 아직도 지역에 남아있다.
송 시장은 당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낙선한 뒤 울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던 시기다.
송 시장 측 관계자는 "홍씨가 지인을 돕는다는 생각에서 땅을 사들인 듯한데, 현재 홍씨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역 정치권에선 송 시장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국민의힘 울산시당은 논평을 통해 “기획부동산을 통한 지분 쪼개기 매입은 개발 이익을 노린 전형적인 투기 방식으로 꼽힌다”고 비난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송 시장이 ‘땅도 안 보고 샀고, 어디에 위치한지도 몰라서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해명에 대해 “일반 서민들은 몇 만원짜리 몇 십만원짜리 물건 하나 사는데도 가격비교하고, 본인 눈으로 몇 번이나 가보고 입어보고 발품을 파는데, 5,000만원짜리 땅을 사는데 보지도 않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른단 말인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울산=장지승 기자 jj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