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 수사팀의 모해위증 교사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과 관련, 김종민 변호사가 "직권남용으로 수사와 처벌받을 준비는 단단히 하는 게 좋겠다"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역임한 김 변호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대검 수사팀도 사건 검토보고서 등을 철저히 챙겨두어 향후 박범계 수사 때 증거로 쓸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이 현명할 듯하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한명숙 뇌물사건은 2015년 대법원에서 유죄확정된 사건"이라면서 "대법관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증거판단을 그르칠 리가 없다"고도 적었다.
김 변호사는 또한 "한명숙 사건 같이 몇 년을 묵히다가 판결을 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은 더욱 그렇다"면서 "뇌물공여자 한만호의 1억원 수표가 한명숙 여동생 전세자금 지급하는데 쓰여진 것이 수표추적으로 확인됐다. 한만호가 한명숙에게 3억원 반환 요구를 한 사실도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고 상황을 짚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박범계가 6,000페이지나 되는 수사기록을 직접 읽어봤다는데 그렇게 법무부장관이 한가한 자리인가"라고 쏘아붙인 뒤 "LH 사태가 저 지경이 되도록 검찰은 뭐했냐고 박범계가 한마디 했지만 본인은 한가하게 한명숙 수사기록이나 읽고 앉아 있는가"라고 강한 어조의 비판을 이어갔다.
여기에 덧붙여 김 변호사는 "박범계가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가 뭔가"라고 물은 뒤 "법무부장관으로서는 극히 이례적인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무슨 말 못할 사정이 있는가"라고도 했다.
더불어 김 변호사는 "만약 박범계가 한명숙 사건에 대해 기소명령을 내리는 수사지휘를 한다면 앞으로 모든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 발동 형식으로 기소든 불기소든 법무부장관이 권한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데, 현행 형사사법제도와 검찰 제도하에서 허용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고 날을 세웠다.
김 변호사는 이어서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장관은 하나같이 왜 이러나"라며 "대한민국의 비극"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끌어올렸다.
앞서 법무부는 이날 박 장관이 한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과 관련해 수사지휘 공문을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 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게 보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수사지휘 공문에서 대검찰청의 무혐의 처분을 언급하면서 “처리 과정의 공정성에 의문이 든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 당초 대검이 해당 사건을 감찰부가 아닌 인권부로 재배당한 점 △ 대검이 사건 조사를 맡은 임은정 대검 연구관에게 검사 직무대리 근무명령을 내리지 않은 점 △ 법무부가 임 연구관에게 수사권한을 부여했음에도, 대검이 반대 의견을 낸 점 △ 임 연구관이 기소 계획을 밝힌 뒤 대검이 주책임자를 변경한 점 등을 열거했다.
박 장관은 “위 일련의 조치들을 볼 때 대검찰청이 실체진실 발견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