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AZ 백신 맞긴 하겠지만 불안감 크다"...당국 진화에도 대상자 접종 고민

척수염·혈전 논란에 고열 등 부작용

요양병원 등 고령층서 포기 늘어

정보 투명하게 공개하고 소통 시급

19일 오전 광주시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19일 오전 광주시 서구 염주체육관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한 모의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놓고 국내외 보건 당국이 잇따라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백신 접종 대상자 사이에서 불안감이 여전하다. 앞서 AZ 백신을 접종한 뒤 척수염에 걸리거나 혈전증이 생기는 등 부작용이 산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19 백신 중 AZ 백신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려면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AZ 백신 기피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는 곳은 요양병원이다. 오는 23일부터 요양병원 내 65세 이상 입원자를 대상으로 AZ 백신 접종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서울 구로구의 한 요양병원장은 “당장 다음 주부터 AZ 백신을 접종하는데 접종 동의율이 절반 정도밖에 안 돼 난감하다”며 “혈전 생성 논란으로 해외 국가들이 접종을 중단했던 것이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전했다.

경남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도 “부작용 논란이 있기 전에는 하루라도 빨리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최근에는 ‘우리 부모님에게는 AZ 백신을 맞히지 말아달라’며 접종 철회 의사를 밝힌 보호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2분기 접종 대상에 포함된 직업군 종사자들도 불안해하기는 마찬가지다. 항공사 승무원 임 모(32) 씨는 “회사에서 접종 동의서 제출 기한을 촉박하게 줘서 일단 동의한다고는 적었다”며 “불임과 백신의 연관성이 없다고는 하지만 장기적인 연구가 아니다 보니 고민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충북 소재 중학교에서 보건교사로 근무하는 김 모(30) 씨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빨리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동의했지만 두려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유·초중등 보건교사는 4월 첫째 주부터, 항공사 승무원은 5월부터 AZ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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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보건 당국이 수차례에 걸쳐 AZ 백신에 문제가 없다는 발표를 내놓았음에도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이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이미 여러 차례 야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AZ 백신은 임상 시험 과정에서 횡단성 척수염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백신 접종과 관련이 없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지난 10일 ‘건강했던 20대 사촌 동생이 AZ 백신을 맞은 후 척수염 진단을 받았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며 우려가 증폭됐다.

유럽에서 AZ 백신 접종 후 혈전증이 발생한 사례가 잇달아 나타나 20개국이 일시적으로 접종 중단을 결정하자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최근 유럽의약품청(EMA)이 “AZ 백신 접종의 이점이 부작용에 따른 위험보다 크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접종은 곧 재개될 조짐이지만 AZ 백신에 대한 불신을 떨쳐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접종 후 젊은 층을 중심으로 39도 이상의 고열을 앓았다는 경험담이 잇따르는 것도 불안을 더하는 요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뉴스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AZ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이 급선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질병관리청이 AZ 백신을 맞은 뒤 사망한 60대 여성에게서 혈전증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인지한 후 5일 뒤에 발표해 불안감을 키운 것이 대표적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백신 접종 후 이상 반응 총 9,607건 중 9,492건은 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근육통·두통·발열·오한 등으로 나타났다. 이상 반응 신고와 별도로 접종자 1만 8,000명에 대해 모니터링한 결과에서는 32.8%가 불편감이 있다고 응답했는데 접종 부위 통증, 근육통·피로감·두통·발열 등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접종 후에 나타나는 통증이나 전신 증상은 면역 형성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반응으로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며 “가까운 약국 등에서 해열 진통제를 사서 복용을 하시면 충분하게 증상이 완화되고 해소된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의학적·통계적으로 혈전증과 AZ 백신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힘든 만큼 접종을 이어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AZ 백신 논란과 관련해 벌어지는 일들을 정부가 투명하게 공개해야 불필요한 의혹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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