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곰덫(베어 트랩)이다. 19일(한국 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총상금 700만 달러) 첫날 경기가 열린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골프클럽(파70)은 15번부터 17번 홀까지가 승부처다.
‘골든 베어’라는 별명을 가진 골프 레전드 잭 니클라우스(81·미국)가 설계한 이 코스의 베어 트랩은 마스터스의 아멘 코너, 발스파 챔피언십의 스네이크 피트(뱀 구덩이)처럼 어려운 홀이 세 개 나란히 늘어선 ‘난 코스’로 악명이 높다. 지난주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때 섬 형태의 그린 소그래스TPC 17번 홀(파3)에서 혼쭐이 났던 선수들은 베어 트랩에서도 진땀을 흘려야 했다.
대회 첫날 가장 큰 참사의 주인공은 브라이언 스튜어드(미국)였다. 10번 홀에서 경기를 시작한 그는 베어 트랩의 첫 관문인 15번 홀(파3) 보기를 16번 홀(파4) 버디로 만회해 분위기를 전환하는 듯했다. 하지만 17번 홀(파3·157야드)에서 8타를 한꺼번에 까먹는 ‘옥튜플 보기’로 무너졌다. 그린 앞과 오른쪽에 물, 뒤쪽에 벙커가 도사리고 있어 베어 트랩에서도 가장 어렵다는 평을 듣는 곳이다. 티샷을 물에 빠뜨린 스튜어드는 1벌타를 받고 121야드 지점인 드롭 존에서 친 세 번째 샷을 벙커로 보냈다. 벙커에서 친 네 번째 샷이 그린을 지나 물에 빠졌고, 벙커 내 같은 위치에서 친 6타째마저 물에 빠졌다. 다시 친 8타째는 다행히 물에 빠지지 않고 러프에 멈춰 섰다. 9타 만에 그린에 볼을 올린 그는 2퍼트를 보태 11타를 써낸 뒤 다음 홀로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이날 9오버파 중 8타를 17번 홀에서 잃은 스튜어드는 최하위권인 공동 138위로 처졌다.
PGA 투어 통산 4승의 그레엄 맥도월(북아일랜드)은 15번 홀 4타, 17번 홀 2타 등 베어 트랩에서 6타를 잃은 끝에 스튜어드와 같은 공동 138위로 첫날을 마쳤다. 8오버파 공동 135위인 제이미 러브마크(미국)도 15번 홀 보기, 17번 홀 쿼드러플 보기(+4타) 등 5타를 잃으며 베어 트랩의 악몽을 겪었다. 17번 홀은 이날 평균 3.573타가 기록돼 난도 1위에 올랐다.
PGA 투어에서 생애 첫 타이틀 방어전에 나선 임성재(23·CJ대한통운)는 2언더파 공동 15위로 첫날을 무난하게 보냈다. 버디 네 개와 보기 두 개를 묶은 임성재는 베어 트랩에서 타수를 잃지 않았다. 15번 홀(파3)에서는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17번 홀(파3)에서도 벙커 턱에 걸렸지만 두 번 모두 파를 지켜냈다. 이날 아이언 샷이 흔들려 그린 적중률이 50%에도 못 미쳤으나 정교한 쇼트게임과 그린 적중 시 평균 1.5개(공동 4위)를 기록한 퍼트가 돋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던 임성재는 세계 랭킹이 18위로 이번 대회 참가자 중 가장 높다.
9언더파 61타를 때린 맷 존스(41·호주)가 3타 차 단독 선두를 달렸다. 2014년 휴스턴 오픈에서 유일하게 우승을 거둔 존스는 바람이 불고 그린이 단단한 까다로운 조건에서도 보기 없이 버디만 아홉 개를 뽑아냈다. 베어 트랩 스코어는 파-버디-버디였다. 2012년 대회 2라운드에서 브라이언 허먼(미국)이 세운 코스 기록과 타이를 이룬 그는 “이번 주에는 단지 평소보다 좀 더 침착하고 천천히 걷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왔다”면서 “안 되는 게 없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애런 와이즈·러셀 헨리(이상 미국)가 6언더파로 공동 2위에 올랐고, 54세 노장 스티브 스트리커(미국)가 4언더파 공동 4위로 뒤를 이었다. 직전 두 개 대회에서 연속으로 준우승을 차지한 48세 리 웨스트우드(잉글랜드)는 이븐파 공동 43위로 출발했다. 노승열(30)은 이븐파 공동 43위, 안병훈(30)과 이경훈(30)은 2오버파 공동 63위에 자리했다.
/박민영 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