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063170)이 글로벌 미술품 온라인플랫폼 아트시(Artsy)와 손 잡고 총액 약 100억원 규모의 미술품 149점을 오는 23일 열리는 ‘스프링세일’ 경매에 올린다.
이번 경매 출품작의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글로벌 환금성. 현재 아트마켓에서 선호도 높은 외국작가는 물론, 한국작가의 경우 해외 전속화랑을 두고 있어 컬렉터층이 넓은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기존의 홍콩경매가 아시아 컬렉터를 타겟으로 했다면 아트시와 협력한 경매는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절정의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작가 야요이 쿠사마의 2010년작 ‘인피니티 네트(GKSG)’가 추정가 13억~20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다홍색 바탕에 반복적으로 찍은 하늘색이 고통을 지워가는 자기소멸의 과정을 눈부시게 보여준다. 한때 생존작가 경매 최고가 기록을 보유했으며 최근에는 NFT(대체불가토큰)를 도입해 디지털그림 제작을 발표한 데미안 허스트의 3폭화 ‘해피,해피,하베스트’(이하 추정가 4억~6억원), 비 오는 거리를 바쁘게 오가는 서울시민을 그린 줄리안 오피의 ‘빗 속 사당동을 걸으며’(2억5,000만~4억5,000만원), 초록 눈동자의 소녀를 봉투에 그린 요시토모 나라의 ‘무제’(1억2,000만~2억원)가 선보였다. 인상주의 시대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따스한 색감으로 구현한 정물화(1억2,000만~2억원), 독일의 추상표현주의 화가 A.R.펭크의 대형 회화(2억~3억원)를 비롯해 프랑스 태생의 해체주의 조각가 아르망의 조각들, 미국 현대사진계의 전설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들이 출품됐다.
지난해 11월 작고한 한국 수묵추상의 선구자 서세옥의 ‘사람들’ 시리즈가 대거 출품돼 눈길을 끈다. 300만~700만원의 부채 그림부터 4,000만원 이상 1억4,000만원까지 내다보는 ‘사람들’ 연작이 경매에 오른다. 서세옥은 글로벌 화랑인 뉴욕 리만머핀갤러리에서 2017년에 개인전을 열었고, 지난해 5월에는 리만머핀 홍콩에서 전시를 열었다. 그의 아들이자 세계적 명성의 설치예술가인 서도호의 ‘작가’(5,500만~8,000만원)는 인물의 머리 위에서 뻗어 난 생각들이 복잡하지만 높게 떠오른 형상을 실(絲)로 그린 작품이며, 라이팅박스 안에 오렌지색 실로 제작된 ‘전기차단기’(Circut Breaker·6,000aks~9,000만원)도 눈길을 끈다.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후 경매시장에서 가격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김창열은 유난히 영롱함이 유난한 ‘물방울’(3억~4억5,000만원)부터 스민 자국이 애잔한 ‘물방울’(2억2,000만~3억원), 7개의 물방울이 조형적 탁월함을 보여주는 작품(4,000만~6,000만원)까지 총 8점이 출품됐다. 파리·뉴욕·브뤼셀·상하이 등에 분점을 둔 알멘레시갤러리 런던에서 지난 4일 김창열의 개인전이 개막했다.
한지를 덧붙이고 마르기 전에 선긋기를 반복하는 박서보의 2003년작 ‘묘법 No.030707’(6,000만~7,000만원) 등 4점, 이우환의 ‘조응’(3억~5억원) 등 13점이 출품됐다. 김환기와 유영국, 최욱경 등의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이들 모두 해외 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글로벌 컬렉터층을 확보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부터 홍콩경매를 열지 못하게 된 서울옥션은 타개책으로 아트시와 온라인 라이브경매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 해외고객 회원을 다양하게 확보했을 뿐만 아니라 감염병 시대의 뉴노멀이 된 온라인 거래 강세, 억눌린 문화욕구를 해소하기 위한 그림 수요의 ‘보복적 쇼핑’의 증가 등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 부동산,주식 등에서 눈 돌린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인해 미술시장이 회복세를 보이자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며 올해 초 7,000원대 초반이던 것이 이달 들어서만 40%가까이 급등해 16일 종가 1만2,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