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던 신세계그룹의 꿈이 신세계인터내셔날(SI)이 론칭하는 뷰티 브랜드 ‘뽀아레(POIRET)’를 통해 다시 기지개를 편다. 명품을 유통만 하는 회사에서 벗어나 자체 명품 브랜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그룹 차원의 목표가 뽀아레에 투영된 셈이다. 비디비치, 연작 등을 통해 패션 기업의 뷰티 성공신화를 써내려 온 SI는 지난해 인수한 스위스퍼펙션과 이번에 론칭하는 뽀아레를 포함해 럭셔리부터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까지 자체 화장품 브랜드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1일 SI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10년 간 준비해 온 최상위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이달 출시한다”며 "이달 25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뽀아레의 첫 매장을 열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뽀아레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이다. 중국과 중동 등 기존 K-뷰티가 강세했던 소비 시장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명품의 본고장 유럽과 미국에서 인정을 받겠다는 것. 현재 뽀아레는 유럽 화장품 인증(CPNP) 절차를 모두 완료한 상태로 프랑스 파리와 미국 뉴욕에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 현지 파트너사와 협의 중이다. 프랑스의 경우 뽀아레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아 내년에는 매장을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I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브랜드에 대해 국내와 해외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그만큼 뽀아레를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밝혔다.
자체 명품 브랜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SI의 도전이 구체화 된 시점은 2015년부터다. 2015년 SI는 한 때 샤넬과 함께 글로벌 명품 시장을 호령했던 ‘폴 뽀아레’의 상표권을 사들였다. 폴 뽀아레는 1904년 ‘패션의 왕’이라 불렸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폴 뽀아레’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만든 프랑스 패션하우스다. 이후 SI는 2018년 파리패션위크에 폴 뽀아레 컬렉션을 출시하는 등 명품 패션 브랜드의 부활을 시도했지만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가 잇따르면서 잠시 꿈을 내려놨다.
하지만 SI는 포기하지 않고 폴 뽀아레를 뷰티 브랜드 뽀아레로 재탄생 시켰다. SI 관계자는 “오랜 전통과 고유의 스토리를 지닌 브랜드만 살아남을 수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폴 뽀아레의 정신과 유산,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화장품 뽀아레를 통해 글로벌 명품을 육성하겠다는 신세계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뽀아레는 메이크업 제품과 스킨케어 라인을 출시한다. 특히 색조 제품의 경우 ‘모든 여성의 개성이 존중될 수 있도록 다양한 디자인이 존재해야 한다’는 폴 뽀아레의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이 자신의 아름다움을 직접 디자인 할 수 있도록 90여 종의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다양한 인종과 피부톤이 존재하는 해외 시장에 맞게 베이스 메이크업 제품의 경우 색상의 종류를 늘리고 ‘살색(스킨톤)’과 같은 관습화 된 제품설명을 배제했다.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인 만큼 패키지와 디자인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제품명은 브랜드의 전통에 따라 프랑스어로 표기했고 제품 패키지는 고급스러운 골드톤과 가죽을 재현한 듯한 독특한 질감을 입혔다. 대표 색조 제품인 파우더 팔레트는 마치 클러치백과 같은 형태로 뽀아레가 패션하우스의 전통을 계승한 제품임을 드러냈다. 스킨케어는 재생, 탄력, 영양 세 가지 라인으로 구성됐다. 대표 제품 ‘인퓨지옹 데네르지’는 에너지 세럼으로 피부 본연의 힘을 되찾아 줘 생기있는 피부로 가꿔준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이사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수많은 기업의 목표인데 뽀아레 론칭을 통해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세계 시장에서 해외 유명 뷰티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할 수 있는 글로벌 뷰티 명가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