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속 빈 강정 ‘2+2’ 회담

김홍균 동아대 계약교수·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비핵화' 명시 안한 한미 공동성명

전작권 전환도 원칙 재확인 그쳐

동맹관계 다진 미일 성명과 대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한 차례도 열리지 않던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이 지난주 5년 만에 서울에서 개최됐다. 동맹을 돈 뜯어낼 대상 정도로 취급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달리 동맹을 존중하고 동맹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미 국무·국방 장관의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과 일본을 선택한 것은 우리에게는 피폐해진 한미 동맹을 복원할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인 셈이다. 그런데 2+2 회담 이후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을 보면 아쉽고 실망스러운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날로 증가되고 있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문제는 한미 동맹의 최대 화두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문제의 엄중함에 비춰 한미가 지향하는 공통의 목표가 공동성명에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 하지만 공동성명 어디에도 비핵화라는 단어는 없다. 북핵·미사일 문제가 최우선 순위 이슈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두루뭉술한 문구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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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앞서 발표된 미일 공동성명은 그렇지 않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에 대한 미일 장관들의 의지가 또렷하게 쓰여 있다. 이 단어가 우리 공동성명에 없다는 것은 한미가 북한 비핵화 목표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실제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을 통해 북한 비핵화가 미국의 정책 목표라고 못 박았다. 한국 측이 북한 비핵화가 아닌 북한이 선호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해서 합의하지 못했는지 알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한미 공동 문건에 북한 비핵화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것이다.

군사동맹의 핵심인 방어와 억제 부분도 미흡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한미가 전작권 전환 시기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지 못하고 조건에 기초한 전환 원칙만을 재확인하는 미봉에 그친 데 반해 미일은 전 세계적 미군 재배치를 다루는 전력태세검토(Global Posture Review) 과정에서 긴밀한 협의를 다짐했다. 한미 성명에는 ‘미국의 모든 가용 능력을 사용한’ 확장 억제 제공을 재확인하는 기존 수준에 그친 데 비해 미일 성명에는 동맹의 역할·임무·능력에 대한 협의를 통해 확장 억제를 강화한다고 돼 있다. 주한미군 변동 가능성과 미국의 핵우산 제공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 두 성명이 이런 질적 차이를 보이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공격적인 민주주의 침해에 맞서야 한다면서 한국과도 공동의 시각을 달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연합 전선에 한국이 동참하기를 기대한다는 명확한 의사표시다. 공동성명에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 저해 행위 반대, 방해받지 않는 무역과 국제 질서 존중,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지역 건설 등 중국을 겨냥한 문구들이 나오지만 중국을 적시하지는 않았다. 우리 정부가 반대했을 것이다. 미일 성명에는 대놓고 중국의 행동이 미일 동맹에 대한 정치·경제·군사·기술적 도전이라며 이에 맞설 것을 다짐한다. 엊그제 중국과 거친 설전을 벌인 미국의 입장에서 볼 때 누가 공통의 가치와 원칙에 기반한 동맹국인지 더 분명해졌을 것이다.

미일 성명은 말미에 미일 동맹의 깊이와 넓이를 감안하고 수많은 공동의 정책 추진에 모멘텀을 부여하기 위해 올 하반기 2+2 회담 추가 개최를 선언했다. 한미 성명에는 아무 얘기가 없다. 미사여구를 걷어내고 난 한미 동맹의 현주소이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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