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악재 속에서 창립 83주년을 맞은 삼성이 별도의 행사 없이 조용하게 창립기념일을 보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재용 부회장이 충수염으로 응급 수술을 받은 데다 회복 후에도 불법 합병 및 회계부정 의혹 첫 공판이 예정되어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창립 83주년 관련 내부 행사를 마련하지 않았다. 삼성그룹의 출발점이었던 삼성물산에서도 별도로 행사를 열거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지 않았다.
삼성은 1938년 3월 1일 창업주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삼성상회(현 삼성물산)가 모태다. 이후 1988년 3월 22일 고 이건희 회장이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창립기념일을 기존의 3월 1일에서 22일로 바꿨다.
삼성은 창립 80주년을 맞은 지난 2018년에는 ‘다이내믹 삼성 80, 새로운 미래를 열다’라는 제목으로 약 7분 길이의 기념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삼성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는 내용이다. 2019년과 2020년에는 별도의 행사를 열지 않았다.
올해는 이 부회장이 수감 중인 데다 수술 후 병상에 누운 상황이라 대외적인 행사를 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다. 지난 1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이 부회장은 지난 19일 충수가 터져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 수술을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수술 후 병원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이번주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관련 혐의 재판 일정은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이 부회장은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등 혐의로 기소돼 원래대로라면 오는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박정제·박사랑·권성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공판에 참석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 변호인은 22일 건강상태를 이유로 첫 공판을 연기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조만간 재판 기일 연기 여부를 판단해 기일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검찰과 피고인 등 당사자들에게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총수 부재의 사태에 놓인 만큼 삼성의 올해 사업 전략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삼성은 사법리스크로 굵직한 인수합병(M&A)나 대형 신사업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김기남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부회장은 M&A의 진행 경과를 묻는 질문에 “분야를 가리지 않고 M&A 대상을 신중히 탐색 중”이라면서도 “실행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