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3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에 대해 “최근에 연락한 적이 없어서 무슨 뜻으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했다. 이날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라는 글을 SNS에 게재했다.
박 후보는 이날 서울 목동 한국방송회관에서 열린 한국기자협회·방송기자연합회·한국PD연합회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오늘 임 전 실장 글을 비롯해 민주당 주요 인사에게 박원순 관련 발언 자제를 요청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박 후보는 “그분(임 전 실장)은 지금 당에 오지도 않고, 저는 그분이 비서실장을 그만두고 나서 전화를 한 적도 없다”며 “(박 전 시장 관련해선) 상식, 집단지성이 발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전 실장 글이 게재되자마자 박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2차가해’ 논란이 재촉발되는 양상을 보이자 박 후보가 선을 긋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피해자를 향해 이른바 ‘피해호소인’이라고 지칭해 비판을 받은 고민정·남인순·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3인방이 모두 박영선 민주당 후보 캠프에서 물러나 겨우 후폭풍을 막은지 5일 만에 임 전 실장의 글이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치권에서는 임 전 실장의 글이 강성 여권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으면서도 여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SNS를 통해 “청렴이 여전히 중요한 공직자의 윤리라면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박 전 시장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운전을 하다 보면 자주 박원순을 만난다”며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구역과 속도 제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박원순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여권의 박 전 시장에 대한 옹호는 꾸준히 반복돼 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섰던 우상호 의원은 “제게 박원순은 혁신의 롤모델”이라며 “내가 박원순 정신을 이을 적임자”라고 밝혀 논란이 됐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였던 김진애 의원도 “어떻게 인간이 완전무결할 수 있냐”며 “박 전 시장의 족적은 눈부시다”고 추켜세운 바 있다. 반복적인 여권의 박 전 시장 옹호에 이어 임 전 실장까지 나서자 야권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임종석 씨는 참으로 ‘몹쓸 사람’”이라며 “민주당은 즉각 임 씨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도 “이 시간에도 고통받고 있는 박원순 전 시장 성추행 피해여성은, 또 민주당으로 인해 수백억 혈세를 내야 하는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 전 비서실장의 뜬금없는 '킁킁' 박원순 전 시장에 대한 향기와 예찬론에 뜨악해진다”고 논평했다. 김 대변인은 “구구절절 위인전을 써내려가듯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모습에서 박영선 후보가 당선되면 민주당이 피해여성과 서울시를 어떻게 몰아붙일지 섬뜩함마저 느껴진다"며 “가혹한 정치에 성난 민심으로 선거가 어렵게 되자 스멀스멀 등장한 '청렴 호소인'들을 4월 7일.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2차 가해 논란 소지가 있는 발언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차기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자기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면 정계은퇴 선언을 한 만큼 자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 전 실장은 2014년 박원순 시장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을 거쳐 2014~2015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박 전 시장을 보좌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