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日 르네사스





2018년 9월 1일 일본 재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인수합병(M&A) 소식이 터졌다.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가 미국 반도체 설계·개발 업체인 인터그레이티드디바이스테크놀로지(IDT)를 60억 달러에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IDT는 자율주행차와 사물인터넷(IoT) 등의 기반이 되는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로 르네사스는 일본 반도체 역사상 최대 규모의 M&A를 통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됐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반도체 사업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르네사스는 한국에 내준 반도체 시장을 되찾기 위해 2003년 4월 1일 일본 정부와 히타치 등 19개 회사가 공동으로 출자해 만든 회사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로 출발했다가 2010년 NEC의 반도체 사업을 합친 후 현재 명칭으로 바꿨다. 하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 이어 불황이 겹치며 대규모 적자에 빠졌다. 결국 2012년 일본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고 혹독한 구조 조정을 단행한다. 전체 직원의 30% 이상을 해고하고 자동차용 시스템 반도체에 역량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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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르네사스는 외형 확장에 나섰다. 2017년 미국 차량용 반도체 회사인 인터실을 32억 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IDT까지 품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네덜란드 NXP, 독일 인피니언에 이어 차량용 반도체 시장 3위 자리를 굳혔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의 M&A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르네사스의 이바라키현 공장에서 19일 발생한 화재로 공장 가동이 중단돼 생산 재개에 한 달가량 걸리고 완전 복구까지는 3개월 넘게 소요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재고를 쌓아놓아 그나마 여유가 있던 현대자동차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 안타까운 것은 차량용 반도체 공장들의 연이은 가동 중단으로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반도체 강국이라는 우리는 수혜를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업군이 메모리 반도체에 치우쳐 있는 탓이다. 파운드리를 비롯한 비메모리 분야에 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갈 길이 멀다. 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 등 새 캐시카우 개발에 속도를 내도록 하기 위해 정부도 규제 완화 등 전방위 지원에 나서야 할 때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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