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규 신한생명 사장은 오는 7월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을 앞두고 요즘 요한 노르베리의 ‘오픈(OPEN) : 인류 진보의 이야기’라는 서적에 꽂혀 있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보다가 이 책을 알게 된 성 사장은 한국에 아직 번역·출간되지 않아 원서를 구해 정독하고 있다. 그는 책에 대해 “우리가 지키려는 가치는 사실 과거에 다른 가치를 무너뜨리고 들어왔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저항하지 말고 받아들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서로의 다른 가치를 지키려고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가치가 더 좋을 수 있다는 부분 등에서 통합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성 사장은 통합을 앞두고 정조의 탕평책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그는 “정조가 노론과 소론 때문에 탕평책을 실시하느라 매우 힘들어했는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도 통합 후 싸우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며 “왕이란 모든 걸 할 수 있지만 동시에 모든 걸 할 수 없는 위치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본래 다독가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밤 9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데 주로 새벽 시간을 활용해 책을 읽는다. 이동할 때도 항상 책을 곁에 둔다. 책을 읽은 후에는 책 내용이 휘발되지 않도록 요약 정리해두고 인상 깊은 구절을 표기해두기도 한다. 독후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독서 후 느낀 생각을 휴대폰에 간단히 메모하기도 한다. 메모해둔 내용은 직원들에게 강연할 때 활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틀에 박히지 않은 이야기를 매번 할 수 있다는 것이 성 사장이 꼽는 독서의 장점 중 하나다.
성 사장은 “책을 읽는 것이 솔직히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책을 읽지 않으면 새로운 지식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어떻게 세상이 변하고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인들은 책을 늘 가까이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가 책을 한창 많이 읽었던 시기는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으로 있었을 때다. 당시 1년에 책 100권을 목표로 열심히 읽었지만, 결국 88권밖에 읽지 못했다.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이후로도 꾸준히 책을 읽고 있다. 시간을 내서 읽지는 못하더라도 틈나는 대로 책을 가까이 하려는 것이 그의 생활 속 작은 목표다. 올해 초에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양사 임원 모두에게 ‘네이버와 카카오는 어떻게 은행이 됐을까’라는 책을 소개해 강의를 듣고, 각자 소감을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같이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가자는 측면에서다.
다만 그는 자기계발서는 많이 읽지 않는다. “자기계발서는 대부분의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실천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자기계발서 중 그가 괴롭고 힘들 때 들여다보는 책은 ‘위로받을 시간’과 ‘불행 피하기 기술’이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