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기자의 눈] 금소법, 소비자 보호 아닌 배척인가





“투자 성향 분석부터 상품 가입까지 1시간가량 안내하고 녹취하는데 진이 빠져요. 창구에서 가입하지 마시고 모바일로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는 말들을 할 정도예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시중은행 영업점 창구에서 근무하는 은행원이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하소연했다. 사모펀드 사태로 은행이 투자자에게 전액 배상하도록 하면서 영업점에서 구조가 복잡한 펀드 등을 판매하는 데 소극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금소법이 충분한 준비 없이 시행되면서 은행원의 상품 판매가 그야말로 얼어붙었다는 것이다. 은행원들은 모호한 규정, 법 위반으로 인한 제재, 소송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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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의 우려에 고객이 모바일로 발길을 돌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전보다 가입 절차가 더 까다로워진데다 애매모호한 규정 등으로 인공지능(AI) 로보 어드바이저 등 비대면 금융 상품의 신규가입이 속속 중단되고 있다. 투자자가 원해도 투자 성향보다 높은 위험의 상품을 볼 수 없다. 당장 모바일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창구에서도, 모바일에서도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같은 지적들이 쏟아지지만 금융 당국은 업계와 충분히 소통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법 시행을 일주일가량 앞두고서야 감독 규정을 확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감독 규정이 늦게 나옴에 따라 시행 세칙, 가이드라인 등 후속 조치들도 연달아 늦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만 바라보는 업계로서는 내부 교육, 전산 작업 등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금소법 1조는 금융 소비자의 권익을 증진하고 건전한 시장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관련 사항을 규정한다고 명시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이미 현장에서는 금소법 1조의 취지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금융 당국부터 먼저 금소법 1조의 취지를 새기고 지금이라도 빨리 대응해야 할 때다.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데 대한 업계의 단순 볼멘소리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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