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은행인 케이뱅크에 이어 시중은행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으로 비대면 금융 상품 판매 규제가 강화됐지만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되는 트렌드를 거스를 수는 없다는 배경에서다. 향후 카카오뱅크까지 뛰어들 경우 비대면 주담대를 두고 은행 간 경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다음 주께 비대면 주담대 ‘하나원큐 아파트론’을 공식 출시한다. 해당 상품은 아파트를 담보로 최대 5억 원을, 최장 35년까지 빌려주는 상품이다. 하나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인 ‘하나원큐’를 통해 제공된다. 은행이 고객 동의를 통한 열람, 사진 촬영 등을 통해 필요한 서류를 확보할 수 있어 고객이 따로 준비해야 하는 서류는 기본적으로 한 장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하나은행 측은 “이번 주 시범운영을 거쳐 다음 주 본격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며 “하나은행은 신규부터 대환까지 모두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에 앞서 신한은행 역시 이달 초 당행 모바일 앱 ‘신한 쏠’에서 비대면 주담대를 서비스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월 중 신규·대환이 모두 가능한 비대면 주담대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해 8월 첫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을 선보인 케이뱅크에 이어 시중은행에서도 잇따라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앞서 케이뱅크는 30분 만에 당초 예정된 2,000명 아파트 담보대출 접수를 완료해 화제가 됐다. 현재도 매일 150명씩 선착순으로 아파트 담보대출 신청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비대면 주담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신청하려는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주담대를 신청하려면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만 통상 이틀이 걸린다. 은행에서 써야 할 서류도 보통 18여 종이나 돼 서류를 작성하는 데만 1시간이 넘는다. 이 과정이 간소화되고 은행 영업시간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면 고객이 몰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은행권에서는 카카오뱅크까지 주담대를 출시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뱅의 월간 활성화 이용자(MAU) 수는 1,300만 명으로 시중은행보다 월등히 높다. 카뱅이 주담대에서도 시중은행보다 편의성이 높은 방식을 구현할 경우 MAU가 더 높아질 수 있다. 카뱅 역시 주담대를 두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뱅은 이달 말까지 금융권에서 주담대를 기획·운용한 경험을 가진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현 비대면 주담대 상품이 ‘100%’ 비대면으로 구축되는 데 제약이 있는 점은 변수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규 아파트 구매에 한해 영업점을 한 차례 방문해야 한다. 소유권 이전 등기, 새로운 근저당 설정 등기 등의 절차가 아직 비대면으로 구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또한 비대면 주담대를 신청한 고객에게 행정정보열람동의서 등의 작성을 위해 영업점 방문을 안내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창구에서 할 때보다 모바일로 신청하는 게 훨씬 편하긴 하지만 완벽한 비대면은 아니다”라며 “다른 금융사들도 완벽한 비대면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