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를 1년가량 남기고 국정 쇄신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국토교통부 차관 등 8명의 차관급을 교체했다. 청와대는 이번 인사를 위해 최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 등을 고려해 다주택 여부는 물론 3기 신도시 관련 투기 여부에 대한 검증도 반영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업무 전문성, 도덕성을 기준으로 가장 적합한 인재를 택했다”며 “내부 승진으로 조직을 안정화하고 임기 후반 새 활력으로 국정 운영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 과기부 1차관과 2차관을 모두 교체했다. 1차관에는 용홍택 과기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2차관에는 조경식 대통령비서실 디지털혁신비서관이 내정됐다. 용 내정자는 광주 대동고와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 26회를 수석으로 합격한 인사다. 행정고시 출신인 조 내정자는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전문가로 꼽힌다. 강 대변인은 “용 내정자는 과기부에서 과학기술정책과 연구개발 혁신을 선도해온 전문가”라며 “조 내정자는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기반의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과정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했다”고 소개했다.
통일부 차관에는 ‘대북 정책통’으로 꼽히는 최영준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이, 국토부 2차관에는 국토부에서 기술안전정책관·종합교통정책관·철도국장 등을 거친 황성규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상임위원이 발탁됐다. 강 대변인은 “최 내정자가 남북 긴장 관계를 완화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및 남북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황 내정자는 국가 기반 시설의 공공성·안전성 강화, 국토 균형 발전 등 주요 정책 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완수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장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인사비서관을 지낸 김우호 인사혁신처 차장이, 관세청장에는 대표적 ‘세제통’으로 분류되는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내정됐다. 병무청장에는 국방 정책 전문성을 인정받은 공군사관학교 31기 출신인 정석환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산림청장에는 최병암 산림청 차장이 지명됐다.
이번 차관급 인사의 특징은 주요 부처 대부분이 내부 출신을 승진 발탁했다는 점이다. 이들 중 현 정부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인사는 과기부의 조경식 2차관 내정자와 김우호 인사처장 내정자 두 명뿐이다. 국정 후반기에 도전적 과제를 실행하기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우선시하겠다는 청와대의 속내가 엿보이는 인사라는 평이다.
청와대는 특히 이번 인사를 단행하면서 후보자들의 부동산 투기 여부도 검증했다고 설명했다. 현 정부 들어 부동산 문제가 잇따르면서 다주택 여부에 이어 또 다른 검토 옵션이 늘어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이번에 내정된 8명 모두 1세대 1주택을 보유하고 있고 신도시 관련 투기 소지가 있는 토지를 보유하고 있는 내정자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교체 가능성이 제기됐던 기획재정부의 김용범 1차관, 안일환 2차관은 일단 자리를 지키게 됐다. 특히 2019년 8월 취임한 김용범 1차관의 경우 이번 인사로 재임 기간이 1년이 넘는 유일한 차관으로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 사태 수습과 주택 공급 대책 문제 등을 이유로 이들의 인사를 미룬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