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공급 마비, 大亂 직격탄 피할 길 찾아라


글로벌 제조업의 공급을 연결하는 길목 곳곳에서 마비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당장 세계 무역 물동량의 12%를 차지하는 이집트 수에즈운하에서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좌초되며 뱃길이 막혀 소비재와 각종 핵심 원자재 조달이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하루 평균 51척의 선박이 오가는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인데 사태 발생으로 지연되는 물류 수송의 규모가 시간당 4억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국적 선사인 HMM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한 척도 인근 해상에서 대기 중인데 조만간 두 척이 추가로 묶일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길어지면 기업들은 생산 차질과 해상 운임 대폭 인상으로 물류 대란에 직면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의 공급 부족이 심해지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공단의 공업용수 공급이 통제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만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이므로 가뭄이 길어지면 품귀 현상은 더 극심해질 것이다. 미국 텍사스의 정전 사태와 일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화재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혼란에 빠진 데 이어 스마트폰, 생활 가전의 생산 차질까지 예고됐다.



세계 곳곳의 인플레이션 조짐 확산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은 시달리고 있다. 반도체·원유·곡물 등 19개 상품의 선물 가격을 종합해 산출하는 CRB지수는 올 들어서만 14% 넘게 치솟았다. 개별 원자재들의 동반 상승과 공급 체인 마비는 ‘나비 효과’를 일으켜 전 세계의 제조업 생산을 교란하고 기업들의 고통을 가중시킬 것이다.

관련기사



정부는 민간 기업과 합동으로 공급망이 최악 상황에 직면할 것에 대비해 컨틴전시플랜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제조 업체들의 생산·수출 상황을 정밀하게 점검하는 것은 물론 자재·물류 비용의 동시 증가로 자금 부족에 처하는 중소기업들이 없는지 파악해 선제적 지원에 나설 필요가 있다. 코로나19로 기업 체질이 허약해진 터에 원가 문제까지 터진다면 감당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논설위원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