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뒷북경제]노점상에 농민까지…재난지원금 천태만상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에 국회 추경안 처리

코로나19 피해입었다 보기 힘든 농어민도 지원 대상 포함

국가 채무도 급격히 늘어…올해 1,000조원 돌파 예상

뒷북경제뒷북경제




‘농어민에게 100만원, 노점상에게도 50만원.’



4·7 재보궐선거 법정 공식 선거운동 시작과 함께 국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14조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습니다. 정부 역시 긴급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고 오는 29일부터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해 5월 말까지 4차 재난지원금 현금지원사업 전체 예산의 80%인 5조8,400억원 이상 집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회가 처리한 추가경정예산안에는 전세버스 기사 지원금 70만 원이 신설됐고 여행업·공연업 등 매출이 감소한 업종에 대한 지원금도 50만~100만 원씩 확대됐습니다. 특히 논란이 컸던 노점상과 대학생 지원에 이어 농민 바우처까지 추가됐습니다. 대신 매출이 증가한 집합 제한 업종 9만 곳에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했던 내용은 사라졌습니다. ‘선거용 퍼주기’라는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이유입니다.

정성호 예결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추경안을 가결시키고 있다./연합뉴스정성호 예결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추경안을 가결시키고 있다./연합뉴스



이번 4차 재난지원금 중 소상공인 지원은 7단계로 1인당 100만~500만 원을 지급합니다. 기존 경영 위기 업종을 세분화해 △여행업 등 매출 60% 이상 감소 △공연·전시업 등 매출 40~60% 감소 △전세버스 등 매출 20~40% 감소 등으로 나누고 지원금을 각각 300만 원, 250만 원, 200만 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소득이 줄어든 법인 택시 기사와 한계근로빈곤층 역시 각각 70만원과 50만원씩 받게 됩니다.

관련기사



여기에 코로나19 대유행과 별 관련이 없어보이는 농어민 지원대책이 추가됐습니다. 매출 감소 피해를 입은 농업 2만 5,430가구, 어업 2,700가구, 임업 4,000가구 등 총 3만 2,000가구에 바우처 100만 원을 주고 소규모 영세농어가 46만 가구는 추가로 30만 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급합니다. 선심성 지급이라는 논란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논리가 없다. 표 외에는 생각할 수가 없다”며 “이 같은 재난지원금 지급은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이 같이 사실상 보편적 지원에 나서면서 올해 말 국가 채무는 965조 9,000억 원으로 지난해 본예산 편성 당시 예상한 956조 원에서 10조 원 가까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126조 원을 넘겨 역대 최악 수준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이라고 하지만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각종 지원에 이렇게 늘린 나랏빚이 내년 대선을 준비하며 얼머나 늘어날지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벌써 자영업 손실 보상 제도화, 전 국민 위로금 등 대규모 지출이 필요한 정책이 논의되고 있어 올해 국가 채무 1,000조 원 돌파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22일 전라북도 임실군 신평면 임실군농업기술센터 고추 하우스에서 담당 직원이 고추 모종에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22일 전라북도 임실군 신평면 임실군농업기술센터 고추 하우스에서 담당 직원이 고추 모종에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도 기존 예상치 47.3%에서 48.2%로 훌쩍 뛰었습니다. 2016년에서 2018년까지 매년 약 30조 원씩 증가하던 국가 채무는 지난해 약 140조 원, 올해 약 120조 원이 늘게 됐고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43.9%에서 4.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이 같은 부채 확대에 전문가들의 우려도 큽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5차 재난지원금, 6차 재난지원금을 안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재정을 많이 썼으면 정상화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는 것을 봐서 앞으로도 비슷한 추세로 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 역시 “국가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에서 달러 강세라도 오면 국내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자금을 빼갈 것”이라며 “주식과 채권을 합쳐 700조 원쯤 되는 외국인 자금 중 100조 원만 빠져나가도 일대 혼란이 오고 한국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외국인들의 신뢰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