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까지 세상을 떠나면서 재계를 대표하는 두 형제의 갈등은 생전에 결말을 내리지 못한 채 끝이났다. 그럼에도 신 회장의 빈소에서 보여준 범 롯데가의 깊이있는 애도로 양 가(家)의 앙금이 해소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28일 농심에 따르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보낸 조화는 고인의 영정 사진과 가까운 빈소 내부에 자리 잡았다. '롯데 임직원 일동' 명의의 조화도 빈소 입구에 자리를 잡아 눈길을 끌었다. 신 롯데그룹 회장과 신 SDJ코퍼레이션 회장은 현재 일본에 머물고 있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 격리 기간을 고려하면 조문이 어려운 상황이다. 직접 조의를 표하지 못하는 대신 임직원들까지 대동해 최대한 예를 갖춘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다. 고인의 동생인 신준호 푸르밀 회장 등 범롯데가 일원들이 잇따라 빈소를 찾았다. 롯데지주 대표를 지낸 황각규 전 롯데지주 부회장과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도 고인을 추도했다.
농심과 롯데그룹의 갈등은 농심의 탄생과 시작을 같이 한다. 신 농심그룹 회장은 일본 롯데에 재직하던 당시 라면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신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시기상조’라고 반대했다. 이 때부터 둘 사이의 갈등은 시작됐고 끝내 신 농심그룹 회장이 독립을 선언하면서 농심의 전신인 롯데공업이 1965년 탄생했다. 결국 롯데는 라면사업에 뛰어든 신 농심그룹 회장에게 ‘롯데’ 사명을 빼라고 통보했고 신 농심그룹 회장은 1978년 사명을 농심으로 변경했다.
이후 신 농심그룹 회장은 선친 제사에도 참여하지 않을 정도로 가족과의 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형 신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9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음에도 신 농심그룹 회장은 빈소에 찾지 않았다.
/박형윤 기자 man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