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명운을 건 4·7 재보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총유권자 수 1,135만명에 달하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모두 여야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범진보 대 범보수 진영 간의 사활을 건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와 미래의 대결'을 내세워 지지층을 총결집하겠다는 생각이고, 국민의힘은 선거 승리를 발판으로 '정권교체의 길'을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28일 현재까지 초반 여론조사상으로는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가 각각 민주당 박영선, 김영춘 후보보다 우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까지 터지면서 여권 전체 지지율이 하락한데다 야권의 후보 단일화 영향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국민의힘이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받았다기보다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야당 후보들의 부동산 비리 등의 의혹 공세에 집중하며 "이명박(MB) 시절로의 회귀는 안 된다"는 논리로 여권 지지층에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 LH 사태에 대한 고강도 대책을 마련함으로써 반전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이른바 '샤이 진보'(숨은 진보 지지층)를 투표장으로 불러오겠단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부동산 정책 실패 등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최대한 부각하며 '정권심판론'을 고리로 보수층은 물론 중도층으로의 지지 확대를 시도 중이다. 또 "박원순 시즌 2가 되면 안 된다"며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 전임 시장들의 성추문 사건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인물구도 대신 정치구도가 압도하고 있다"며 "일부 민주당 이탈층이 선거 가까이 되면 돌아올 텐데, 정권심판론에 동의하는 사람들의 결집도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거까지 열흘이 남은 만큼 여야 후보의 TV 토론, 사전투표를 포함한 전체 투표율, 막말 등 돌발 사건의 등장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내년 3월 대선의 전초전 격인 이번 재보선 결과는 차기 권력 지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정권의 지지율 반등 계기를 만드는 동시에 정권재창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제3후보들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 패배한다면 재인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하면서 당내 대권구도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 내 구심점이 사라져 주자 간 갈등상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향후 야권 재편에서 주도권을 갖고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제3지대를 포섭하며 세력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패배 시에는 국민의힘이 정계 개편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면서 제3지대의 영향력이 급속도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상용 기자 kim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