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정의에 관심이 모아진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비핵화가 단계적 비핵화로 모아질 가능성을 제기하면서도 최소한 트럼프 정부가 내세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은 CVID를 위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점이 꼽힌다. 과거 미국과 이란은 비핵화를 위해 실무 협상만 1년 6개월을 진행한 데다 합의문만 150쪽에 달해 이란 식의 비핵화 방식을 북한에 곧바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 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지난 2018년 북한과 가진 싱가포르 회담에서 비핵화에 대해 북한과 합의를 이뤄내고도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놓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4개항의 북미 회담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 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전쟁 포로와 실종자 유해 발굴 등이 합의 사항이다. 하지만 분명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이라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한국 정부가 줄곧 강조해 온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합의 문제에서 제외됐다. 더욱이 비핵화에 대한 시한도 논의되지 않았다. 결국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이라는 공동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방식과 방향성에 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것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곧바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중단 선언을 내놓았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비핵화에 대한 명확한 합의를 하지 못해 바이든 행정부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문을 그대로 이어갈지 여부는 미지수”라면서 “다만 싱가포르 합의에 담긴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으로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 확장 억지가 약화되고 한미 동맹이 약화될 수 있다는 명분으로 싱가포르 합의 내용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미국이 트럼프 전 행정부와 달리 북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연합훈련 중단 등을 실시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어떤 방식의 비핵화의 내용이 미국의 대북 정책에 담기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제재 완화만 담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가 반중 전선을 겨냥한 자유진영의 연대라면 한미일 3국 동맹은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한 가치 동맹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한중일 3국 동맹의 속도를 높이면서 북한에 일관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플랫폼으로 삼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박재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쿼드에 포함된 인도의 경우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핵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쿼드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는 프레임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은 동맹을 통해서 중국은 물론 북한도 압박할 예정인 만큼 한미일 동맹을 북한에 대응하기 위한 동맹 협의체로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