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하며 국민 8명 중 1명인 640만여 명의 자산 형성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토지·주택 관련 공직자의 소관 지역 부동산 신규 취득을 제한하고 공직자이해충돌방지법을 입법해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위반에 대한 징계도 강화한다. 하지만 정부가 투기에 악용되는 차명 거래를 걸러내기도 역부족인 상황에서 수백만 명의 재산 신고를 관리·감독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선거를 앞두고 ‘보여주기식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 전원은 인사혁신처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사처에 재산을 등록하는 공직자는 23만 명에서 30만 명으로 확대된다. 직계존비속을 합하면 4인 가족 기준 120만 명에 달한다. 인사처 재산 등록자 외에 공직자와 직계존비속 520만 명(4인 가족 기준) 역시 소속 기관 감사 부서에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공직자들의 재산을 투명하게 공개해 투기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지만 이미 재산 등록이 의무화된 고위 공직자들도 차명 거래 등으로 감시망을 피하는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심리적인 압박은 있겠지만 자기 명의로 투기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소속 기관의 자체 감사 역시 허점투성이다. 부동산 업무와 관련이 없는 공직자 전원이 감사 부서에 재산을 등록하지만 ‘셀프 감시’로 부동산 투기를 찾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역시 내부 직원의 신도시 투기가 적발되기 전 진행한 자체 평가에서 매년 직원들의 윤리·청렴도 수준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LH 사태로 국민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감사실을 감사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셀프 감사는 아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는 소관 지역의 부동산 신규 취득을 제한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전국의 부동산 취득을 제한하고 서울주택토지공사(SH) 등은 해당 시도 내 취득을 제한한다. 무주택자의 1주택 취득이나 일시적 2주택 등 불가피한 사유로 소관 지역 부동산 취득 시 소속 기관장에 신고해야 한다. 아울러 세종시 이전 기관 특별공급제도도 1인당 한 차례만 부여하는 등 요건을 강화한다.
/세종=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