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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 "대본 두 번 읽으니 마음 깊어지고 세 번째 볼땐 눈물 났어요"

■영화 '자산어보' 주연 설경구

배우인생 첫 사극서 정약전 연기

"두려움에 미뤘는데…이제야 시도

흑백영화라 '연기 디테일'에 집중"

영화 자산어보 스틸컷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기다란 수염에 상투를 틀어 올린 머리, 펄럭이는 도포에 갓을 쓴 차림은 좀처럼 적응되지 않았다. 조선의 선비 역을 맡기로 한 게 과연 옳은 결정이었나 하는 생각이 몇 번이고 찾아 들었다. 데뷔 28년 차의 충무로 대표 배우 설경구에게 사극 연기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31일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에서 주인공 정약전 역을 맡은 설경구는 “이 작품이 배우 인생에 있어 첫 사극”이라고 소개하며 “그동안 막연한 두려움이 있어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시도하게 됐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1996년 장선우 감독의 영화 ‘꽃잎’으로 주목 받기 시작해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을 통해 이름 석 자를 대중에 확실하게 각인했다. 이후 멜로, 드라마, 스릴러, 액션,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충무로의 대표 만능 배우로 자리 잡았지만, 사극을 연기하는 자신의 모습은 도저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함께 사극을 해보자고 손을 내민 이가 이준익 감독이었다.

설경구는 “한 번은 사극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옷과 갓, 수염이 너무 잘 어울린다고 거듭 칭찬해준 감독님 덕분에 용기를 갖고 임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첫 사극에 대한 부담을 거듭 강조했지만 영화 ‘자산어보’ 속 그의 연기를 보면 어색하기는커녕 ‘역시 설경구’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세상의 변화를 꿈꾸다 흑산도 유배형을 받게 된 정약전의 좌절과 괴로움, 작은 섬에 갇혀서도 새로운 지식 탐구에 빠져드는 학자로서의 열정, 신분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모두와 벗이 되어 함께 나누는 소박한 웃음은 설경구라는 배우의 연기 내공 덕에 더욱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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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자산어보 스틸컷영화 자산어보 스틸컷


설경구는 “처음 대본을 받고 어류에 대해 어떻게 영화를 만드느냐고 감독님께 되물었다”며 “하지만 두 번 읽으니 마음이 깊어졌고, 세 번째 봤을 때는 눈물이 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어두운 이야기일 수 있는데 비극으로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희망을 봤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장 분위기도 따뜻했다. 영화에서 가거댁을 연기한 이정은은 대학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 연기 호흡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부 창대를 맡은 변요한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눈이 참 좋다’고 생각했던 배우”라며 “후배라기 보다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물론 촬영이 편할 수 만은 없다. “연기를 한다는 것은 매일 새로운 경험을 하는 일”인 만큼 설경구는 늘 준비에 철저하다. 아침 7시에 현장에 가야 하면 새벽 3시부터 2시간 정도 줄넘기를 하며 땀을 빼는 식이다. 이는 “새로운 것을 맡기 위한 최소한의 준비”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번 영화는 흑백 촬영이라 더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설경구는 “흑백 화면에서는 관객이 더 배우에 집중한다”며 “그래서 오히려 디테일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배우 설경구./사진제공=영화인배우 설경구./사진제공=영화인


이제 사극의 벽을 넘은 그의 연기 지평은 더욱 넓어질 듯하다. “낯설었던 제 모습에서 자유로워졌습니다. 사극을 한 두 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컬러 사극 속 제 모습이 궁금하기도 합니다.”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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