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도굴품서 보물이 되기까지…1,150년전 사리함의 굴곡

■'동화사 비로암 사리호' 특별전

보물 제741호 전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사리호

1960년대 이전에 도굴로 흩어져 떠돌다

삼층석탑 발굴로 존재 확인돼 보물 지정

금동판 불상들 안쪽 향한 것 처음 확인

보물 제741호 전 동화사 비로암 납석사리호와 함께 봉안된 송진,목탑 등이 동국대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전시 중이다. /사진제공=동국대박물관보물 제741호 전 동화사 비로암 납석사리호와 함께 봉안된 송진,목탑 등이 동국대박물관 특별전을 통해 전시 중이다. /사진제공=동국대박물관




역사학자인 황수영(1918~2011) 전 동국대 총장이 1966년 우연한 기회에 부서진 사리호(항아리) 한 점과 금동판 4점을 조사했다. 이들 모두 대구 동화사 석탑에서 도굴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동화사 내 3구의 석탑 중 어느 것에서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했다. 그런데 이듬해 보물 제247호인 동화사 비로암 석탑을 해체 수리하는 과정에서 송진으로 감싼 금동판이 확인됐다. 도굴로 사라진 사리호의 자리에서 나온 이 정사각형 금동판에는 18개 꽃잎이 섬세한 연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지름이 사리호의 아랫면 지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이를 계기로 출처가 불분명했던 사리호의 위치가 확인됐다. 납석 사리호 표면에 새겨진 총 39자의 명문을 통해 탑이 신라 44대 민애왕을 기리기 위해 신라 48대 경문왕 3년(863년)에 세워졌음도 밝혀졌다. 출처와 제작 시기가 명확해진 납석사리호는 1982년 보물로 지정됐다.

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판에는 18개의 연꽃잎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보물 제741호 납석사리호의 아랫면 지름과 정확히 일치해 관련있는 유물임을 밝히는 근거가 됐다. /사진제공=동국대박물관대구 동화사 비로암 석탑에서 발견된 금동판에는 18개의 연꽃잎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고, 보물 제741호 납석사리호의 아랫면 지름과 정확히 일치해 관련있는 유물임을 밝히는 근거가 됐다. /사진제공=동국대박물관



동국대박물관이 ‘다시 되살린 863년의 타임캡슐’이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통해 보물 제741호 전 대구 동화사 비로암 삼층석탑 납석사리호와 함께 있던 송진과 견직물, 연화문판, 작은 나무탑 등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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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응천 동국대박물관장은 “연꽃 문양 금동판 위에 사리기를 봉안하고 불상이 새겨진 금동판 4개를 세워 외함을 만들었는데 이를 고정하기 위해 높이 7㎝ 정도로 송진을 부었던 것”이라며 “도굴 과정에서 못으로 서로 연결된 외함 금동판만 빼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립대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들 금동판은 지난 2009년 동화사 특별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전시됐었다. 최 관장은 “사방불(四方佛)을 이루는 금동 외함이 어떤 방식으로 안치돼 있었는지 논란이었는데, 송진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불상이 새겨진 면이 사리호를 향하도록 안쪽으로 배치됐다는 점이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통일신라 후기 사리기 봉안 방식을 알려주는 획기적인 발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는 6월30일까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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