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호실적을 호실적이라 못하고…홍길동 된 금융지주들

금융사, 1분기 실적도 좋지만

"또 뭘 요구할 지 모른다"

정치권 압박 우려에 전전긍긍

KB 순익 1조 255억으로 40%↑ 전망

신한, 1조 378억으로 리딩금융 탈환 가능성

하나도 5.9% 증가 전망

정치의 계절...금융사 돈으로 생색내는 정치금융 심해져





지난해 사상 최대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주요 금융지주들이 올해 1분기에는 지난해보다 더 늘어난 실적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궐선거·대선 등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을 맞아 정부나 정치권이 또 어떤 요구를 할지 몰라 호실적을 호실적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31일 국내 금융지주의 한 고위 관계자는 “올 1분기 당기순이익도 호조를 보일 것 같다”며 “하지만 수치가 발표되면 정치권이 또 어떤 압박을 해올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실제 4월 하순에 나올 주요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보다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파른 증가율이 예상되는 곳은 KB금융지주다. 금융 정보 서비스 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1일 현재 증권사들의 KB금융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평균 1조 255억 원이다. 지난해 동기보다 2,960억 원(40.6%) 급증한 수치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분기에는 각종 손상차손 및 사모펀드 평가 손실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깎였지만 올해 당기순이익은 크게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신증권은 KB금융의 목표 주가를 종전의 5만 6,000원에서 6만 5,000원으로 상향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은 1분기만 놓고 봤을 때 KB금융을 제치고 ‘리딩 금융’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의 1분기 당기순이익 전망치는 평균 1조 37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054억 원(11.3%) 늘 것으로 전망됐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1분기 신한금융투자 라임펀드 감액손실이 200억~300억 원, 손실 미확정 라임펀드에 대한 분쟁 조정 관련 비용 300억~400억 원이 발생할 것”이라면서도 “1분기 대출이 2.5% 늘며 고성장을 이어가고 은행 순이자마진(NIM)도 1.38%로 전 분기보다 4bp(1bp=0.01%포인트) 올라 지주 당기순이익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나금융도 1분기 당기순이익이 평균 6,955억 원으로 385억 원(5.9%) 불어날 것으로 증권사들은 분석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환 환산손실이 800억 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만 증권·캐피탈·카드 등 자회사의 양호한 비이자이익과 은행 이자이익 증가, 판매 관리비 하향 안정화 등의 여파”라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금융은 1분기 4,828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54억 원(6.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처럼 순이익이 늘면서 내년 대선까지 금융사 돈으로 표심을 사려는 ‘정치 금융’이나 ‘관치 금융’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민금융 재원에 금융사가 연간 2,000억 원씩 5년간 1조 원을 부담하는 서민금융법 개정안이 특별한 여야 이견 없이 국회 정무위원회 문턱을 넘었고 본회의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복지 재원을 재정이 아닌 사기업인 금융사 돈으로 충당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며 불만을 품고 있다.

금융권 이익공유제로 평가 받는 ‘사회연대기금법’도 2건이 발의된 상태다. 이 중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는 여당 의원 59명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정부 또는 정부 외의 자가 기부나 출연 재원으로 서민을 돕겠다는 법이다. 시장에서는 결국 금융사가 동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외에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카드사 가맹점 우대 수수료율을 낮추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재난시 자영업자가 금융사에 빚을 탕감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고 은행은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법까지 발의(민형배 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된 상태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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