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주재 러시아 외교관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련 기밀 정보 입수를 시도하는 등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가 포착돼 당국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 수사당국은 금전을 받고 주이탈리아 러시아 대사관 소속 무관에게 기밀문서를 넘겨준 혐의로 자국 해군 장교 1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 장교는 소형 구축함 지휘관으로, 전날 밤 로마 시내 한 주차장에서 러시아 무관과 은밀하게 만나 기밀문서를 건넨 직후 현장에서 현행범 체포됐다. 러시아 무관도 당일 함께 구금됐으나 외교관 면책특권을 고려해 현재 신병 처리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수사당국은 전했다.
체포된 장교가 건넨 기밀 자료에는 이탈리아 국방 및 나토 활동 관련 문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사작전 분야를 총괄하는 국방참모총장실에 소속돼 폭넓은 기밀문서 취급 권한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체포 당시 기밀 자료를 넘겨주며 5,000유로(약 663만 원)를 받았다는 보도도 있다.
이 일은 냉전 종식 이래 이탈리아에서 벌어진 가장 심각한 스파이 사건으로 현지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있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날 오전 세르게이 라조프 러시아 대사를 불러 강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연루된 러시아 인사 2명을 추방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대사관 측도 성명을 통해 소속 무관이 이탈리아 수사당국에 적발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이번 일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