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살 남자아이가 보호자 없이 미국 국경을 넘으려다 멕시코 당국에 발견됐다.
멕시코 이민청(INM)은 북부 국경지역인 타마울리파스주 레이노사 리오그란데강 부근을 헬기로 순찰하던 중 수풀에 숨어있던 여성 3명과 어린이 7명을 발견했다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밝혔다. 10명 모두 중미 온두라스 출신이었다. 이중 아이 6명은 여성 3명의 자녀였으나 네 살배기 남자아이는 보호자가 없었다. 이민청은 이 아이가 일단 멕시코 아동보호기관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는 나홀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정부가 보호자 없이 입국한 18세 미만 미성년자는 곧바로 추방하지 않고 일단 시설에 수용하기 때문이다.
미국 국경의 임시 보호시설은 주로 중미 국가에서 이렇게 혼자 온 아이들로 넘쳐난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전날 국경 아동 이민자 보호시설을 언론에 처음 공개했는데, 250명 정원의 시설에 4,100명이 가득 들어찼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를 거슬러 올라가 북부 국경에 다다를 때까지는 부모가 동행했다가 아이 혼자 국경을 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밀입국 브로커들이 아이를 국경 너머에 떨어뜨려 놓고 가기도 한다.
주요 외신들은 이렇게 새 삶을 찾아 혼자 국경을 넘는 아이들의 사연을 연이어 소개했다. AFP통신이 만난 12살의 과테말라 소년 오스카르는 청소 일을 하며 홀로 자신를 키우던 엄마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자리를 잃자 혼자 미국행에 올랐다.
이민자들로 가득 찬 트럭에 12시간을 갇혀서 멕시코를 통과한 그는 리오그란데강을 건너 미국 땅을 밟자마자 "나 혼자 왔다. 아무것도 먹을 게 없어서 왔다"며 울먹였다. 오스카르는 "이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엄마를 어떻게 데려올 수 있을지 알아볼 것"이라며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삼촌 집으로 갈 생각이라고 AFP에 밝혔다.
AP통신도 최근 낯선 어른들 틈에 껴서 혼자 국경을 넘은 7살 온두라스 여자아이의 사연을 전했다. 국경까지 동행한 아빠는 아이를 다른 이에게 부탁하고 돌아갔다.
국경을 넘은 아이들은 곧바로 미국 이민당국에 '자수'하고 임시 보호시설을 거쳐 미국 내 친척에 인계되거나 아동 보호시설로 옮겨져 망명 절차를 밟게 된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