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인천국제공항 251번 게이트 앞에서는 조촐한 기념식이 열렸다. ‘주기안내통합시스템(Integrated Docking Guidance System)’이라는 낯선 이름의 신제품을 인천공항 게이트 중 하나에 설치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국내의 한 중소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개발한 이 제품은 완성하기까지 꼬박 9년이 걸렸다. 착륙한 항공기가 터미널에 접현하는 것을 자동으로 유도하는 장치인데, 공항에 설치된 수천 개 시설 중 하나에 불과하고 1기당 가격도 1억 원을 조금 넘는 정도지만 소중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얼핏 간단해 보이는 기술이지만 개발 과정에서 수차례의 시행착오를 거쳤다. 항공기를 원거리에서 자동 식별하고, 5㎝ 오차로 정밀하게 유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초기에 개발된 시제품은 워낙 품질이 떨어져 시험 기회를 주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업체의 인내심과 끈기, 공항공사의 배려를 통해 제품이 점차 개량되었고 이제는 품질 면에서 선진국 제품을 압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쌓은 운영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전 세계 공항을 개·보수하거나 신설할 때 우선 선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부처에 근무할 때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하는 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다. 당시 열정과 노력을 바쳐 개발한 제품들이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고 사장되는 사례를 많이 봤다. 신기술을 개발할 때는 많은 지원이 있지만 막상 신제품이 나오고 나면 아무도 구매해 주지 않아 기업이 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다반사다. 이런 과정을 버틸 힘이 있는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열정이 넘치는 중소기업 대부분이 겪는 아픔을 우리 사회는 외면하고 있다.
미래 기술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다듬어지는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공기업 등에서 신기술·신제품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구매해야 한다. 초기 제품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패의 부담이 두렵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외면해서는 안 된다. 국내 운영 성과를 토대로 우리나라를 발전시킬 미래 기술이 빛을 발하고 세계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개항 20주년을 맞아 인천국제공항은 새로운 비전을 선포했다. 그중 하나가 미래를 선도하는 공항이다. 공항 운영자의 사명은 여행객에게 최대의 만족감과 행복감을 주는 것이다. 인천공항에 오면 미래 기술의 놀라움을 가장 먼저 체험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새 비전을 위한 핵심 전략의 하나다. 짧은 통과 시간과 쾌적성 등 공항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들의 밑바탕에는 보이지 않는 첨단 기술들이 있다. 미래 기술이 빠르게 오려면 이를 보듬고 발전시킬 둥지가 필요하다. 인천국제공항은 그런 역할을 기꺼이 앞장서 맡을 것이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