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A씨(24·남)와 피해자인 큰딸 B씨가 연인관계가 아니었다는 주장이 나온 가운데 B씨가 A씨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고 불안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SBS '뉴스8'는 B씨가 사망하기 전 지인들과 나눈 문자 메시지를 입수해 보도했다.
공개된 문자 메시지를 보면 B씨는 지난해 한 단체대화방에서 피의자 A씨를 알게 됐고, 지난 1월 말부터 지인들에게 A씨로부터 스토킹을 당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B씨는 '집 주소를 말해준 적도 없는데 A씨가 찾아온다', '진짜로 많이 무섭다' 등 지인들에게 두려움을 호소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A씨를 '검은 패딩'이라고 칭하면서 '아파트 1층에서 검은 패딩이 다가온다', '집에 갈 때마다 돌아서 간다, '나중에는 나한테 도대체 왜 그러냐고 소리질렀다'는 등 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피의자 A씨와 B씨가 연인관계가 아니었다는 지인의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원구 세 모녀 살인 사건에 대한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B씨 지인이라고 밝힌 C씨는 "B씨는 성격에 모난 곳 없는 착한 동생이었다"면서 "엊그제 장례식장에 조문 다녀온 뒤 발인과 운구까지 돕고, 20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B씨 아버지 곁에 세 모녀가 안치되는 순간까지 다 봤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C씨는 "B씨 친척분들이 조용히 장례를 마무리하고 싶다면서 모든 일정이 끝난 뒤 SNS 등으로 공론화를 부탁해 글을 적는다"면서 "지금 뉴스나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관련 내용은 잘못된 부분이 너무 많다"고 했다.
C씨는 이어 B씨가 지난 1월 A씨에게 스토킹을 당했다고 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면서 "피의자 A씨와 B씨가 '헤어진 연인관계였다'는 얘기가 있는데, 두 사람은 알고 지내긴 했지만 절대 연인관계가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C씨는 "부담을 느낀 B씨가 A씨에게 '더 이상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끊어냈으나, A씨가 앙심을 품고 계획해서 범행을 저지른 것 같다"고 상황을 짚었다.
또한 C씨는 생전 B씨가 다른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카톡 내용을 보면 B씨는 지인에게 "마지막으로 본 날 내가 밥 샀는데, 자꾸 다른 번호로 연락 와서 (돈이) 얼마인지 보내달라고 했다"면서 "받을 생각 없어서 씹었는데 나중에 번호 바꿔서 '마지막이다. 잘 생각해라'라고 하길래 그냥 계좌 불러줬다"고 적었다.
여기에 덧붙여 C씨는 "이 사건은 A씨로 인해 한 가족 자체가 사라진 끔찍한 사건"이라면서 "악마같은 쓰레기 XX의 실명을 거론하지 못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잘못된 정보로 피해자들이 더 이상 욕보여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적으면서 A씨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국민청원 링크도 덧붙였다.
C씨가 공유한 '노원 일가족 3명 살인사건의 가해자 20대 남성 신상 공개 바랍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은 전날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한편 지난 25일 오후 9시10분쯤 노원구 중계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현장에는 자해 후 쓰러져있던 피의자 A씨도 함께 발견됐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 받았으며 현재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체포 이틀 전인 지난 23일 피해자들의 집을 찾아 당시 집에 있던 작은딸을 먼저 살해한 후 귀가한 어머니와 큰딸도 살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1차 구두 소견에 따르면 피해자 3명의 사망원인은 목 부위 상처로 파악됐으며 서울 노원경찰서는 A씨 휴대전화를 확보해 서울경찰청에 디지털 포렌식(디지털 기기에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범죄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을 의뢰한 상태다.
A씨에 대한 조사나 체포영장 집행은 A씨가 일반 병실로 옮겨진 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경훈 기자 styxx@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