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73주년을 맞은 제주 4·3 사건의 희생자 유품을 사진과 시, 인터뷰로 기록한 책이다. 4·3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의 증언을 토대로 고현주 사진작가가 유품 사진을 찍고, 허은실 시인이 인터뷰를 기록하며 시로 정리했다.
책의 특징은 희생자들이 실제 사용하고 유가족이 간직해 온 소소한 사물을 통해 70여 년 전 ‘그 날’의 역사와 개인의 삶을 되짚는다는 것이다. 쌀 포대로 안감을 댄 저고리, 사후 영혼결혼식을 치른 젊은 남녀의 영정 사진, 토벌대를 피해 산에서 지내며 밥을 담아 먹던 그릇, 관에서 처음 만난 어머니의 은반지…. 제주 곳곳에서 벌어진 참혹한 현장을 소리 없이 지켜본 사물들은 수십 년 세월의 풍파를 거치면서도 제 주인보다도 오래 그곳에 살아남았다. 남은 자들이 간직하고 있는, 추억과 아픔이 뒤섞인 유품 22점과 수장고에 보관된 신원 불명 희생자의 물건 5점까지. 총 27개의 사물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이 안에 얽힌 누군가의 이야기가 전하는 울림은 꽤 오래간다. 유품을 볼 때마다 가족들이 마주할 복잡미묘함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이런 유품들 볼 때마다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생각밖에 안 들죠. 저도 이제 일흔 아홉인데 잊어버려야죠 뭐…’(55페이지) 어렵다는 걸 알기에 사진 한 장 한 장, 글 한 자 한 자 쉽게 넘길 수가 없다. 1만 7,500원.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