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 TSMC가 올해부터 3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13조 원)를 쏟아부어 대대적인 증설을 단행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00억 달러(약 56조 원)를 자국 반도체 산업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다툼이 전쟁 수준으로 거세지는 양상이다.
1일 블룸버그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TSMC는 최근 C C 웨이 최고경영자(CEO) 명의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담은 서한을 고객사에 보냈다. TSMC는 서한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와 연구개발(R&D)에 올해부터 오는 2023년까지 총 1,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직원 수천 명을 신규 채용했고 새 공장도 짓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반도체의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다.
바이든 대통령은 3월 31일(현지 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계획에는 국가반도체기술센터(NSTC) 설립을 포함해 반도체 생산 시설과 R&D 등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더해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일본 반도체 업체 기옥시아 인수를 각각 노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번 TSMC의 투자 계획은 최근 미국 민관이 ‘양동작전'으로 반도체 패권 빼앗기에 나선 데 대한 대응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여전히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전체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 국내 기업의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3.2%에 불과하다.
특히 삼성전자는 2016년 하만 인수를 마지막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이 끊겼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수감으로 향후 의사 결정마저 어려워진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메모리에서 추격 업체 대비 기술 우위가 낮아지고 시스템 반도체 사업은 정체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조양준·전희윤 기자 mryesandno@sedaily.com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