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쟁력 추락하는데 ‘경기 회복’ 찬가 부를 때 아니다


지난해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된 한국 기업 수가 14개사로 전년 대비 2개사나 줄었다. 중국은 119개사에서 124개사로 5개사가 늘었고 일본은 52개사에서 53개사로 1개사가 추가됐다. 500대 기업 중 우리 기업의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8%에서 2.4%로 줄었다. 반면 미국(28.8%→29.5%)과 중국(24.2%→24.9%)은 각각 0.7%포인트씩 증가했다. 코로나19의 와중에도 주요국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높였는데 우리만 뒤처진 셈이다.



미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과 신산업 육성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2조 달러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도 일대일로와 ‘제조 2025’ 전략에 박차를 가해 첨단 기술과 인프라 장악에 나섰다. 강대국들이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와 첨단산업 육성을 외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우리는 근거 없는 낙관론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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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상공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경제 반등의 시간이 다가왔다”고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희망의 깜빡이가 켜져 있는 모습”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수출 증가로 경기 지표가 호전된 것은 우리 기업들이 애쓴 결과다. 하지만 2월 기업 설비 투자는 전월 대비 2.5%나 줄었고 반도체 수급 악화로 자동차 공장이 멈춰서는 등 곳곳이 지뢰밭이다. 산업 현장에서는 비상등이 켜졌는데 경제 사령탑이 ‘희망가’만 부르고 있으니 답답하다. 그나마 문 대통령이 상공의 날 행사에서 기업과의 정례 협의를 제안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경제계와의 소통을 실천하면서 기업들의 손발을 옥죄는 규제 족쇄들을 풀어 기업 경쟁력 회복에 주력해야 한다. 주요국들은 자국 기업들에 고속도로까지 깔아주는데 우리만 모래주머니를 채우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뿐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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