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2일 천안함 피격사건 원인 재조사 진정을 각하 결정했다. 이로써 천안함이 북한 공격을 받아 침몰한 것이 아니라 좌초 사고를 당한 것이라는 일각의 음모론 주장은 한층 더 힘을 잃게 됐다.
진상규명위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신상철씨가 지난해 9월 접수한 천안함 피격 사건 원인 재조사 진정에 대해 만장일치로 이 같이 각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진상규명위는 신씨의 진정서 제출후 사전 조사를 거쳐 지난해 12월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가 해당 사실이 최근 알려져 천안함 유족 등이 강력히 항의하자 이번에 긴급회의 형식으로 전체회의를 열어 각하 결정을 내림으로써 기존의 조사 개시 결정을 사실상 번복했다.
위원회는 이번 각하 결정의 배경에 대해 "진정인이 천안함 사고를 목격했거나 목격한 사람에게 그 사실을 직접 전해 들은 자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각하 결정은 일반적으로 조사의 진정 제기의 요건조차 갖추지 못했을 때 이뤄진다.
앞서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 터지자 우리 정부는 국제조사단 등을 꾸려 진상을 조사했고, 그해 5월 20일 최종조사결과 발표를 했다. 천안함은 북한에서 제조한 감응어뢰(CHT-02D어뢰로 추정)의 강력한 수중폭발에 의해 선체가 절단되어 침몰했으며 해당 어뢰는 북한 소형잠수정에서 발사됐다는 게 조사결과였다. 당시 조사단은 투명성 및 신뢰성 차원에서 민관합동 및 다국적으로 구성됐다. 국내 12개 민간기관 전문가 25명과 군 전문가 22명, 국회 추천위원 3명, 미국·호주·영국·스웨덴 4개국 전문가 24명 규모였다. 또한 최종발표 내용에는 조사단 공동단장이던 윤덕용 박사와 박정이 육군대장 뿐 아니라 미국 조사팀장 해군소장 토마스 에클스(Thomas J. Eccles), 호주 조사팀장 해군중령 안토니 파월, 영국 조사팀장 데이비드 맨리, 스웨덴 조사팀장 에그니 위드홀름이 공동 서명했다. 그럼에도 신씨 등은 음모론자들은 이를 부인하고 천안함이 좌초됐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해왔다.
이번 진상규명위 결정 과정도 논란거리다. 대통령 직속 기구인만큼 당초 지난해 9월 진정이 들어왔을 때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조사개시 여부의 요건을 갖췄는지, 진정 내용의 신뢰성이 있는지를 살폈어야 했으나 위원간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일단 조사 개시를 내린 뒤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각하 결정을 내려 스스로 권위를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통령 직속 기구의 위상 실추는 물론이고 이 과정에서 천안함 사망·피해 장병 및 가족 등의 명예가 실추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더구나 이번 논란은 지난달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천안함이 소속됐던 해군 2함대 사령부를 찾아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을 통해 천안함 승선 장병들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우리는 영웅들을 절대 잊지 않았다”고 공적을 기린 후에 불거져 더욱 눈총을 샀다. 이는 단순히 개별 대통령 직속기구의 문제라기보다는청와대 담당 참모와 군당국이 제대로 관련 사안을 면밀히 챙겨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군정과 관련해 청와대에서부터 정부 당국까지 기강해이와 협업·소통부족, 정무적 판단력 미비 등이 노정된 사안이라고 볼 수 있다. 군 통수권자인 문 대통령이 추후 이와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강력한 문책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