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는 횃불과 같은 존재입니다. 소설의 기능이 없다면 사회는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사진)가 1일 모교인 와세다대학 입학식 축사에서 “소설이란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찾아가는 역할을 해 주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라카미는 이날 축사에서 소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쓰라고 조언했다. 그는 “머리로 생각하고 쓰인 소설은 별로 재미가 없다”며 “마음으로 쓰지 않으면 좋은 소설이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무라카미는 소설의 역할에 대해 “의식이나 윤리로 다 구하지 못하는 것을 서서히 구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우리를 진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은 의식이나 논리가 아니라 더 넓고 큰 마음”이라며 “마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찾아가는 역할을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소설의 사회적 순기능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소설이라는 게 직접적으로 사회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특효약이나 백신 같은 것도 아니다”라며 “하지만 소설의 기능이 없다면 사회는 건강하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설가라는 직업은 마치 횃불처럼 이어져 왔다”며 “여러분 중 그 횃불을 계승해 주는 사람, 따듯하고 소중히 지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기쁘겠다”고 말했다.
와세다대학은 1975년 졸업생인 무라카미가 예술 분야에서 공헌했다며 예술 공로자로 이날 표창했다. 대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고나 자료를 보관하고 공개하는 국제 문학관인 ‘무라카미 라이브러리’를 올해 가을 개관할 예정이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