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넘어섰다. 저금리와 증시 활황으로 직접 운용을 선호하는 연금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두 적립금의 증가분이 확정급여(DB)형 퇴직연금을 앞지르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0년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연금 총 적립금은 2019년보다 15.5% 증가한 255조 5,000억 원이다. 이는 △DB형 △DC형(IRP특례 포함) △IRP 적립금을 합산한 결과다.
이 중 DC형 퇴직연금과 IRP가 증가세를 이끌었다. DC형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년보다 9조 4,000억 원(16.3%) 늘어난 67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IRP 적립금은 같은 기간 9조 원(35.5%) 증가하며 34조 4,000억 원으로 불어났다. 두 퇴직연금의 적립금 합계는 101조 6,000억 원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100조 원을 돌파했다.
DB형 퇴직연금 역시 같은 기간 15조 9,000억 원(11.5%) 늘어나며 153조 9,000억 원으로 규모를 키웠다. 전체 퇴직연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60.2%에 달해 DC형(26.3%), IRP(13.5%)보다 컸다. 다만 증가분으로 보면 15조 9,000억 원으로 나머지 두 퇴직연금의 적립금 증가액 합계(18조 4,0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DC형 퇴직연금과 IRP의 적립금 급증은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고착화하고 증시가 활황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들 연금상품은 개인이 직접 능동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증시 호황기에는 미리 퇴직 급여를 정하는 DB형 퇴직연금보다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DC형 퇴직연금 적립금 중 실적배당형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16.7%며, IRP의 경우 26.7%에 달한다. DB형 퇴직연금은 이 비중이 4.5%에 불과하다. 지난해 수익률이 1.91%에 머물렀던 DB형 퇴직연금에 비해 DC형 퇴직연금과(3.47%)과 IRP(3.84%)가 좋은 성과를 거둔 배경이다.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10.67%)이 원리금보장형(1.68%)보다 현저히 높았기 때문이다. 전체 퇴직연금 연간 수익률은 2.58%로 지난 2019년보다 0.33%포인트 상승했다.
/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